북한에 대한 인식이나 남북 관계, 북핵 폐기 방법 등을 둘러싸고 다양하고 상이한 입장이 존재하는 것은 민주 사회의 당연한 현상이다. 2007년의 10·4 공동선언에 대한 평가도 크게 엇갈리지만, 10·4 선언 11주년 기념을 계기로 남북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교류(지난 4∼6일)한 것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집권당 및 정부 고위인사들이 정부 예산과 군 수송기 3대를 이용해 방북했다는 점에서, 상응하는 품격과 책임이 더 절실했다. 정부는 일단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부담하고, 민간 측과의 비용 분담 등을 정산할 것이라고 하지만 엄연한 ‘민·관 합동’ 행사였다.

그런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안동춘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과의 모임에서 “우리가 정권을 뺏기면 또 못하기 때문에 제가 살아 있는 한 절대 안 뺏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통일 위업 성취에 남녘 동포도 힘을 합쳐서 보수타파 운동에…”라고 했었다. 이 대표 발언의 취지는 남한에서 보수 세력이나 다른 정당이 집권하면 남북 교류도, 통일도 더 멀어진다는 ‘독선(獨善)’으로 들린다. 오죽하면 동석했던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자신들의 소속 정당도 있음을 언급했겠는가.

이 대표 발언은 시점과 장소가 부적절한 것은 물론 사실관계도 왜곡한다. 보수 세력이 남북 관계 발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고, 노태우 대통령 때는 남북 관계의 ‘바이블’이라고 하는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이 체결·채택됐다. 김영삼 대통령도 이인모 송환 등을 했고, 김일성과의 회담도 성사 직전까지 갔었다. 통일의 적(敵)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대남 도발을 자행하며, 적화통일을 꾀하는 북한 정권임을 잊고 보수 측에 책임을 떠넘겨선 안 된다.

이 대표는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까지 거론했다. 정치인이 재집권을 강조할 수도, 보안법 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국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북한의 대남 정치 개입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국론 통일이 절박한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남남 갈등을 더 증폭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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