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수종사 팔각오층석탑

경기 남양주 운길산(610m) 중턱에 위치한 수종사는 운길산 등반객들이 하산길에 자주 들르는 곳이다. 수종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奉先寺)의 말사로 조선 세조 5년(1459)에 창건됐다고 전해온다.

수종사 창건 유래와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1458년(세조 4) 세조가 금강산(金剛山) 구경을 다녀오다 이수두(二水頭:兩水里)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는데, 한밤중에 난데없는 종소리에 잠을 깨게 된다. 이어서 왕이 부근을 조사하자, 주변에 바위굴이 있고, 굴 안에 18나한(羅漢)이 있었으며, 굴 안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나와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고 했다고 전해온다.

수종사를 등산객들이 하산길에 종종 들르는 이유는 두물머리(양수리) 조망이 좋기 때문이다. 예부터 많은 시인·묵객이 이곳의 풍광을 시·서·화로 남겼으며, 서거정(1420∼1488)은 수종사를 ‘동방에서 제일의 전망을 지닌 사찰’이라고 극찬했다.

유서 깊은 사찰인 만큼 유심히 경내를 살펴보면 보물급 유적을 만날 수 있다. 수종사 팔각오층석탑이 바로 그것. 석탑은 원래 사찰 동편의 능선 위에 세워져 있었다고 전하며, 이 위치에서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모이는 양수리 지역이 훤히 내려다보여 경관이 우수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현재는 석조부도, 소형석탑과 함께 대웅전 옆에 옮겨져 있다.

수종사 팔각오층석탑은 평창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나 북한지역 향산 보현사 팔각십삼층석탑과 같은 고려 시대 팔각석탑의 전통에 잇닿아 있는 석탑이다. 그러나 규모가 작아지고 장식적으로 변모한 점은 확실히 조선 초기 석탑의 형태임을 알려준다.

보물로 지정된 탑도 탑이거니와 내부에 모셔진 불상의 규모도 만만찮다. 탑에서는 1957년 해체·수리 시에 1층 탑신과 옥개석, 기단 중대석에서 19구의 불상이 발견됐고, 1970년 이전 시에는 2층, 3층 옥개석에서 12구의 불상이 발견됐다. 학계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층 몸돌의 불상 6구는 숙용 홍씨, 숙용 정씨, 숙원 김씨가 1493년(성종 23)에, 다른 금동불 23구는 인목대비가 1628년(인조 6)에 각각 봉안한 것이라고 한다.

불상과 함께 발견된 묵서명을 통해서 석탑은 늦어도 1493년에 건립된 것으로 보이며 1628년에 중수됐다. 수종사 팔각오층석탑은 건립연대가 확실하고 각부의 부재가 비교적 온전하게 유지된 조선 시대 유일의 팔각오층석탑으로, 역사적·학술적으로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시도유형문화재에서 보물(제1808호)로 승격됐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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