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중학교 학생들이 전북 남원시 덕과면 덕동마을 과수원에서 배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
삼남중학교 학생들이 전북 남원시 덕과면 덕동마을 과수원에서 배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
삼남중학교 학생들이 자신이 딴 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삼남중학교 학생들이 자신이 딴 배를 들어보이고 있다.

- 전북 남원시 덕과면 덕동마을

전통 신고배보다 과피 얇고 아삭
누르스름한 금빛…대부분 수출
친구들과 신나게 배 따기 경쟁

“처음 해봤는데 쉽고 재미있어”
우리茶 다도·목공예 체험 이어
교룡산성 등 지역유적 탐방도
혼불문학마을선 서도역 방문
일제강점기때 자취 고스란히


“한국의 전통적인 마을은 배산임수 지형에 위치했습니다. 마을 앞 하천은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했고 마을 뒷산은 겨울철 차가운 북서 계절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고 땔감과 건축재료, 산나물 등을 제공했습니다. 또 마을로 들어오는 액을 막고 복을 불러들이기 위해 마을 어귀에 잡석을 쌓아 돌탑을 만들었습니다. 전통적인 마을이면 수호 나무가 있는 곳이 많고요. 덕동마을에는 지금 설명한 이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쩌렁쩌렁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가 전북 남원시 덕과면에 위치한 조용한 마을을 휘어잡고 있었다. 4일 농촌애 올래 2018 캠페인에 참여한 남원시 농촌 체험 관광 현장이었다. 전북 부안군 삼남중 1학년 학생 80여 명은 이날 오전 배 수확 체험을 앞두고 마을회관 앞에 모여 이 학교 정인규 수학교사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학생들 얼굴에 사춘기 특유의 혈기 방장함과 장난기가 그대로 배어 있었다. 하지만 비교적 질서는 잘 지켜지는 편이었다. 약간 강압적이고 강렬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뒤 학생들은 산기슭에 조성된 배 과수원으로 향했다. 정 교사는 “사춘기 아이들을 통솔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경험상 오냐오냐하면 바로 사고가 나거든요. 사고 방지를 위해 일부러 목청을 높였어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맞이한 것은 덕동마을 주민들과 남원시농촌종합지원센터 관계자들이었다. “과수원에 들어가면 배를 감싸고 있는 종이봉투가 보일 거예요. 하얀 봉투로 감싼 배만 따야 해요. 다른 것들을 건들면 안 돼요. 옆으로 살짝 젖히면 배가 따져요. 무식하게 힘으로 죽 잡아당기면 안 됩니다.”

덕동마을 한 주민이 배 수확 시범을 보였다. 하얀 봉투로 감싼 배를 손으로 거머쥔 뒤 옆으로 홱 돌렸다. 손쉽게 황금배가 따졌다. 황금배는 국내 육성품종으로 과피가 누르스름한 금빛이라서 현재의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과피가 전통 신고배에 비해 얇고 아삭한 느낌이 강해 식감이 좋다. 캐나다 등 해외에 주로 수출된다고 한다.

학생들은 신났다. 과수원을 마구 누비고 다닌다. 한 사람당 황금배를 3개씩 따도록 했는데 친구들과 배 수확 경쟁을 벌이다 보니 대부분 정해진 수확량을 넘겼다. 저마다 자신이 딴 황금배를 미리 나눠준 쇼핑백에 욱여넣은 뒤 자랑스럽게 흔들면서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배가 상할까 봐 걱정이지만 사춘기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심진우(13) 학생은 “배 수확은 처음 해보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생각보다 쉬운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배 과수원 옆에서 주민들은 아이들에게 줄 황금배를 깎느라 바쁘다. 깎아놓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집어간다. 덕동마을 주민들은 황금배, 신고배, 원앙배 등 다른 품종의 배를 동시에 재배하고 있다. 다른 품종이 섞여 있어야 수정이 잘된다고 한다. 배 품종에 따라 종이봉투 색깔을 달리한다.

한기수 삼남중 교감은 “부안군에서도 집에서 농사를 짓는 곳은 몇 집 안 되고 대부분 학생이 태어나서 처음 배 수확 체험을 해봤을 것”이라며 “도농 교류 차원에서 대도시 아이들에게 농촌 체험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지역 학생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쌓게 하면 향후 진로 선택을 할 때 많은 참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2,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는데 시험 기간 동안 진로 체험 학습을 위해 1학년 학생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유쾌하고 활기찬 배 수확 체험이 끝나자 학생들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했다. 인근 남원시 사매면 혼불문학마을에 있는 대형 식당에 가기 위해서다. 작가 최명희가 17년 동안 집필한 대하소설 ‘혼불’의 무대가 되는 마을이다. 돈가스가 나왔다. 이 식당은 전통 한식인 혼불밥상이 유명한데 학생들 입맛을 고려해 돈가스로 통일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친 뒤 학생들은 다시 덕동마을과 혼불문학마을에서 우리차 다도 체험, 목공예 체험, 시골 밥상 체험, 마을둘레길 별빛 체험 등을 한다. 민박에서 하루를 묵은 뒤 교룡산성, 만인의총 등 지역 유적을 탐방하고 귀가했다.

혼불문학마을에는 서도역이 있다. 전라선 간이역이었는데 현재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어 인기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촬영지로도 활용됐다고 한다. 서도역이 처음 세워졌을 당시에는 문명의 총아였을 테지만 현재는 추억 속의 장소로 물러앉았다. 남원에선 이처럼 농촌 체험 관광도 다양한 스토리와 풍부한 결을 지니고 있다.

최강현 남원시농촌종합지원센터 팜투어 ‘남원누비GO’ 사업단장은 “남원은 다양한 농촌 자원과 천혜의 관광 자원인 지리산까지 끼고 있기에 관광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남원=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관련기사

유회경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