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르헨티나의 기준금리가 60.00%, 터키의 기준금리가 24.00%라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7%를 넘는 나라는 수두룩했다. 기준금리가 60%인 나라의 대출 금리는 도대체 몇 퍼센트일까. 앞으로도 미국의 정책금리는 계속 오를 텐데, 이런 나라들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이 나라들이 기준금리를 저렇게 많이 올린 이유는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금리란 ‘돈값’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100원을 은행 예금으로 맡겨 놓으면 3원을 주는데, 아프리카 후진국에서는 1원을 준다고 하자. 그러면 아프리카 후진국 은행에 예금을 맡길 투자자가 얼마나 될까. 다들 돈 빼서 미국 은행에 집어넣으려고 난리일 것이다. 결국, 자본 유출을 막으려고 돈값을 올리다 보니, 기준금리가 저렇게까지 높아졌다는 얘기다.
단점도 많은 기관이지만, 현재 세계에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예측을 가장 잘하는 기관을 고르라면 대부분 국제통화기금(IMF)을 꼽을 것이다. 그런 IMF가 지난 9일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발표하면서 재미있는 숫자를 하나 내놨다. 1000만%. IMF는 내년 베네수엘라의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1000만%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37만%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숫자의 의미가 없어지는 대목이다. 벌써 여러 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처럼 IMF에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손을 벌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는 거의 언제나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가 끊어졌으니까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최근 국제 금융계에서 가장 큰 근심거리는 중국이다. 세계 주요 2개국(G2) 중 하나인 중국이 위기 상황에 빠지는 것은 남미나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6개월 동안 중국 위안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가치가 10% 정도 추락했다. 중국의 주가와 외환보유액도 급락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위안화 가치의 급락은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율 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단행한 시장 조작 때문이다”라고 생각할 경우, 미국 재무부가 오는 15일쯤 내놓을 ‘반기(半期)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중국을 응징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만 담아도 국제금융시장은 출렁거릴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율 인상 등을 통해 치고받고 있는 ‘실물전쟁(實物戰爭)’이 환율 등을 통한 ‘금융전쟁(金融戰爭)’으로 확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간 경제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수출입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가 미국 금리 인상기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왔지만, 한국 정부가 특별히 대비한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생산적인 소득주도성장 논쟁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고,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시기를 실기(失期)한 것으로 보인다. 가계 부채나 부동산 시장도 위기 대비가 잘 돼 있지 않은 것 같아 우려된다.
hae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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