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중국 베이징(北京)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다음 날 미국 뉴욕의 폭풍이 될 수 있다는 ‘나비 효과 이론’이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기상학 등에서 이미 증명된 이론이다.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지난 7일 발생한 경기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 화재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가 주변에서 날린 작은 풍등이 43억 원의 엄청난 손해를 입힌 대형 화재의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저유소 주변에서 날린 풍등이 저유소에 떨어져 잔디에 불이 붙고 이 불이 유증환기구 파이프를 타고 발화되기란 ‘홀인원한 골프공이 벼락 맞을 확률’과 같다고 한다. 자신의 소원을 담아 날리는 작은 풍등이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았지만, 이 사건의 주범으로 죄를 물을 수는 없다.

대만 여행을 하다 보면 스펀 등지에서 풍등을 날리는 이벤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소원을 적어 날려 보내는데 밤하늘에 수백 개의 풍등이 날아가는 장면은 장관이다. 풍등 상인에게 혹시 잘못 날아가서 화재라도 나면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그럴 리가 없다”고 한다. 하루에 수없이 날리는 풍등은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불이 꺼지면 일정한 곳에 떨어지고, 이곳에서 풍등을 다시 수거해 재활용한다고 한다. 나름대로 일정한 거리만 날리는 노하우가 있는 모양이다. 풍등은 원래 중국 삼국시대에 제갈공명이 적군인 사마의 군대에 포위되자 구조를 요청할 목적으로 고안했는데 제갈공명이 쓰던 모자와 비슷해 ‘공명등’으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1592년 왜군에 의해서 고립된 진주성의 병사와 백성들 또한 성 밖에 두고 온 가족에게 생사를 전하기 위해 이 풍등을 띄웠고, 남강을 건너려는 왜군을 저지하고자 강물에 유등을 띄우는 군사전술로 활용했다.

지금은 군사적인 목적보다는 소원 성취의 목적으로 풍등을 띄우는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화재를 이유로 금지돼 있고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소방기본법이 개정되면서 허가 없이 풍등을 날리다가 적발되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번 사건으로 국내 유일의 풍등제조업체가 문을 닫을 처지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 주범은 풍등이 아니다. 1급 국가보안시설이면서도 18분 동안 잔디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는데 아무도 몰랐고, 환기구 내 유증기 회수 장치가 없는 등 화재 감시에 실패한 책임자들이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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