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관함식은 군 통수권자가 자국과 외국 군함을 사열하며 자국 군사력을 과시하고 우방과의 군사 협력을 다지는 중요한 군사·외교 행사다. 그래서 한국 해군도 10년마다 관함식을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11일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에서 열린 올해 관함식의 해상 사열은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 동맹국인 미국의 항공모함은 당일 해군기지에 입항조차 하지 못하고, 중국과 일본 함정은 불참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제주를 찾은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입항 반대 및 반미(反美) 시위대로 인해 해군기지 입항을 포기하고 인근 해상에 대기하다 군함 사열에 합류키로 했다고 한다. 시위대가 갑자기 나타난 것도 아니고, 정부 공권력이 제어하지 못할 정도도 아닐 텐데, 항공모함이 입항조차 못한 것은 황당한 일이다. 미국 해군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군사동맹은 유사시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우는 혈맹(血盟)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와 군 당국의 미온 대응이 동맹 강도(强度)를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관함식 하루 전인 10일 돌연 해상 사열 불참을 통보했다.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인 7100 t급 정저우 함을 참가시킬 예정이었는데, ‘내부 사정’이라면서 정확한 불참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의 무례에 앞서 한국 군사외교 역량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도 당초 해상자위대 구축함 1척을 해상 사열에 참가시킬 예정이었으나 욱일기(旭日旗) 논란으로 불참을 통보해 왔다. 앞선 1998년, 2008년 관함식 해상 사열에는 중국 함정도 참여했고 일본 함정도 욱일기를 달고 왔다. 관함식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군사동맹엔 균열이 생기고, 군사외교에선 실패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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