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안에는 글에 담긴 목소리가 있고 그림으로 펼쳐지는 장면이 있다. 책 속의 이야기는 이 목소리와 장면이 함께 만들어낸다. 그림책을 처음 읽는 독자들은 전통적인 책읽기 습관에 따라 글자를 읽는 일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그림이 전하는 의미를 놓치기 쉽다. 어떤 그림책에서는 글과 그림이 각각 독립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럴 때 독자는 그 차이를 넘나들면서 어느 쪽의 이야기에 손을 들어줄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그림책 읽기의 재미다.
‘깊은 숲속에 집이 있어요’는 제목처럼 숲속의 집 한 채에 대한 이야기다. 글은 이 집에 대해서 “한때는 누군가 살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림은 이 집에 현재 주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느 쪽의 이야기를 믿어야 할까? 글자로 된 문장만 읽어서는 알아차릴 수 없는 집 주인에 대한 단서가 그림 구석구석에 있다.
표지에는 빈집을 바라보는 두 어린이의 뒷모습이 나온다. 이들은 저 집이 정말 텅 비어 있는지 궁금한 나머지 살금살금 다가가 탐험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림을 읽으면 이 집에 당당한 주인이 살고 있다는 걸 속표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한때는 파란 집이었지만 지금은 페인트칠 흔적만 남은 낡은 집의 현재 주인은 파랑새다. 아이들은 창문을 넘어들어가 주인을 찾아 집안을 몰래 둘러보고 파랑새는 부리에 지렁이를 물고 날아다니며 느긋하게 이 침입자들을 관찰한다. 두 어린이는 파랑새가 바라보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벽과 바닥에 남은 희미한 붓자국, 낡은 액자, 버려진 통조림통을 살피며 ‘짐도 안 챙기고 훌쩍 떠나버린’ 이 집의 주인은 지금 어디쯤 있을까 추리해본다. 그리고 그 가상의 주인과 함께 상상의 여행을 떠난다.
비행기를 타고 에펠탑이 보이는 강가에서 치즈를 먹고, 코코넛 모자에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옷을 입고 무인도를 거닐기도 한다. 집주인 파랑새에게는 또 다른 가족이 있다는 건 그림에서만 찾을 수 있는 비밀이다.
글을 쓴 줄리 폴리아노는 전작 ‘고래가 보고 싶거든’에서도 글과 그림의 엇갈림을 흥미롭게 보여준 바 있다. ‘그래, 책이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림 작가 레인 스미스는 이번 작품에서 스펀지에 물감을 묻혀 찍는 기법을 사용해 숲속의 가을 정취와 낡은 빈집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구현했다.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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