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7년의 밤’ ‘종의 기원’
김씨 ‘뜨거운 피’ ‘설계자들’
“심리·철학적이며 때론 詩的”
美·유럽 출판인 인터뷰 요청
14국 20명에 집중 프로모션
한국 스릴러(K-스릴러)가 세계 최대 규모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세계 문학 시장의 유력한 ‘빅 타이틀’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 주자는 ‘한국의 스티븐 킹’으로 불리는 ‘7년의 밤’ ‘종의 기원’의 정유정 작가와 ‘한국의 헤닝 만켈’로 비유되는 ‘뜨거운 피’ ‘설계자들’의 김언수 작가다. 두 작가는 10일 개막해 14일까지 계속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이들의 작품을 출간하길 원하는 10여 곳의 출판 관계자와 저작권 에이전트들과 잇따라 만나는 한편, 여러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문학에서 처음 시도되는 일종의 ‘집중 프로모션’으로 현지에서 확인되는 이들을 향한 영미권과 유럽권의 관심은 놀라울 만큼 뜨겁다. 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지자 11일 저녁에는 ‘K-스릴러’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원하는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모은 행사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14개국, 17개 출판사 대표를 포함해 편집자, 에이전트 등 30여 명이 참가해 작가를 만났다.
이번 ‘K-스릴러’ 집중 프로모션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포함해 한국 문학의 세계 시장 수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제문학 에이전트 바바라 지트워와 그의 한국 파트너이자 한국 문학 수출의 오랜 ‘대표 선수’인 이구용 KL 매니지먼트 대표 그리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함께 마련한 프로젝트다. ‘K-스릴러’ 행사에는 두 작가와 함께 미국 등 8개국에 저작권이 수출된 ‘잘 자요 엄마’의 서미애 작가도 집중소개 됐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이구용 대표는 “여러 나라 출판 편집자와 에이전트들이 요즘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작가를 전 세계 출판 관계자가 모이는 국제 도서전에 초대해 집중 프로모션을 하자는 판단으로 마련됐다”며 “우리 문학 번역도 우리가 소개하길 원하는 작가가 아니라 세계 시장이 원하는 작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 작가는 지난달 베를린 국제문학축제에 참가해 독일 독자를 만난 데 이어, 김 작가는 ‘설계자들’ 스웨덴판 출간에 맞춰 예테보리 도서전에 초청돼 다양한 행사를 마치자마자 프랑크푸르트로 날아왔다.
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 지난 5월 미국 최대 출판그룹인 펭귄북스에서 출간되는 등 19개국에, 김 작가의 ‘설계자들’은 미국, 영국, 스웨덴 등 22개국에 팔려나간 상태다. 도서전에서 확인된 관심으로 볼 때 그 수는 더 늘어나고, 저작료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정 작가의 ‘7년의 밤’은 독일 등 10개국에, 김 작가의 ‘뜨거운 피’는 프랑스 등 3개국에 수출됐다. 무엇보다 이들은 외국 문학에 대한 문턱이 높은 영미권의 유력 출판사에서 높은 선인세를 받고 출간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펭귄은 ‘종의 기원’을 내고 적극적인 언론 홍보와 마케팅 활동을 벌였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보고를 작가에게 전하고 있다. 당연한 절차 같지만, 각종 공적 지원으로 작품이 번역, 출간돼온 상황에선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한국 문학이 자체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는 새 단계에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종의 기원’ 미국판은 예약 판매만으로 초판이 매진됐고, ‘설계자들’은 내년 1월에 출간될 미국 더블데이 출판사에서 받은 선인세가 1억 원이 넘는다.
무엇보다 스릴러 전통이 거의 없는 한국의 작품이 스릴러의 본고장인 영미 시장과 유럽에서 새로운 ‘문학적 스릴러’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고 또 의미 있다. 도서전에서 만난 각국 출판 편집자, 에이전트들은 익숙한 스릴러 장르지만 대단히 문학적이고, 심리적이고, 철학적이며, 때론 시적이기까지 한 작품에 새로운 빅 타이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두 작가는 단단한 문학적 기반 위에 스릴러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속도감 있게 풀어내는 이야기꾼으로 ‘스릴러 작가’는 아니다. 그렇다 해도 도서전에서 만난 정 작가는 자신의 스릴러 작품의 경우 “사건과 상황 중심의 영미식 스릴러나 무거운 북유럽식 스릴러와 다르게 죄의식, 인간본능, 인간 심리를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라는 점에서 새롭게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차기작 취재를 위해 완전히 연락이 두절 된 채 원양어선에서 일하다 하선과 함께 저작권 계약 소식을 한꺼번에 듣게 된 김 작가는 “많은 편집자가 공통적으로 문학적 스릴러라고 한다. 한국은 스릴러 전통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다. 그 점이 오랜 전통이 딱딱한 옷이 된 영미권과 유럽권에 어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 글·사진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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