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초의 작품 ‘聖 이그나치오’
돔 세울 돈 없어 눈속임 기법
실제의 건축물과 구분 어려워
한동안 도처에 근거 없는 벽화가 유행이더니 요즘은 다시 트릭아트라는 이름의 조악한 그림들이 전국의 모든 도시 곳곳에 보인다. 앞장서자니 실패가 두렵고 남들이 해서 재미를 좀 보았다고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따라 하는 속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트릭아트라는 것이 어느 한 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완벽하게 사람의 눈을 속일 수 있는 까닭에 다른 방향에서 보면 매우 시각적으로 불편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그럼에도 우상처럼 떠받드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척박한 생각은 이런 불편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대한민국 어디에선가 또 그려지고 있다. 사실 그림이란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평면에 옮겨 착시현상을 통해 입체감을 느끼도록 하는 원리를 이용해 눈을 속이기 때문에 사실적인 그림은 모두 트릭아트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트릭아트란 우리의 조어이고 실은 이렇게 사람의 눈을 속여온 그림을 ‘트롱프뢰유(Trompe-l’œil)’라고 부른다. 사실 이러한 기법은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원근법과 명암법이 발달하면서 실재적인 그림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자부심 강한 조각가였던 미켈란젤로(1475~1564) 같은 이는 ‘눈속임이나 하는 기술자’라고 주위 화가들을 멸시해 당시 미술동네에서 따돌림을 자초했다.
이런 눈속임 그림의 최초이자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은 이탈리아 로마의 이그나치오 로욜라 성당에 있는 안드레아 포초(1642~1709)가 그린 ‘성 이그나치오의 승리’다. 사람이 천장에서 쏟아져 내려올 듯한 장관의 천장화가 압권인 이 성당은 종교개혁운동이 한창이던 1600년대 초 종교개혁에 반대하던 예수회의 설립자 로욜라 이그나치오(St. Ignatius, 1491년경~1556)를 기리기 위해 교황 루도비시(1595~1632)의 명에 따라 1626년부터 짓기 시작해 1650년에 완공된 교회다.
1715년 8월 천주교 예수회 수사로 전교를 위해 중국에 건너온 카스틸리오네(1688~1766, 중국명 郞世寧)가 파견을 명 받고 중국으로 떠나기 전 이그나치오 로욜라 성당의 천장화를 보았다고 전한다. 청나라 후기에 원근법과 명암법을 중국에 전파한 화가이자 수사인 그가 이 천장화를 응용해 베이징(北京)의 교회 벽화와 천장화를 그렸을 것이다. 그리고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연행 중 보고 열하일기에 적은 천주교회의 벽화와 천장화도 이그나치오 성당의 천장화 및 벽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회 사제이자 화가였던 포초는 건축가이면서 조각가로 또 ‘회화와 건축의 원근법’(1693~1702)을 쓴 미술이론가로 매우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특히 그는 가톨릭 국가의 바로크 종교미술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이그나치오 성당의 천장화는 그의 대표작이다. 그리고 이러한 종교건축과 미술은 오늘날에는 최고의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조상들이 교회에 바쳤던 헌창한 음덕으로 후손들이 먹고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림 한 점, 건물 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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