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全과정 관리하는 시스템
협력사 공유못하면 업무 마비
사내도급, 인력수급 수단인데
이마저 막을땐 경쟁력 더 약화
“한국만 외부인력 활용 제한돼”
광주고등법원이 포스코의 협력업체 직접적 ‘노무지휘’의 수단으로 본 제조업생산관리시스템(MES)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부제철 등 주요 철강제조업체뿐 아니라 대규모 제조업체에서 활용하고 있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MES는 자재관리, 품질관리, 공정계획에 따른 작업량과 작업순서 편성 등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원청업체가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제조 전 과정이 관리되기 때문에 협력업체에 대한 작업지시 또한 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제조업 각 공정은 하나의 제품 생산을 위해 서로 밀접히 연계되는 특성이 있어 원청과 동떨어진 사내협력업체의 독립적인 지휘명령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협력업체를 적법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없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적법한 도급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도급과 파견은 이론적으로는 구분되지만, 현실에서는 전문가라도 명쾌하게 선을 긋기 어렵다.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다 보면 도식적인 고용 형태로 대처하기 힘든 경우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자신을 사용하는 실제 사용자와 근로 계약을 체결하라는 것은 근대 노동법의 아주 기본 원칙이고 평범한 요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사내도급에 대해 한국의 경직적 노동법제하에서 경기 변동에 따라 기업이 인력수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강성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 배치전환이 단체협약 규정사항이기 때문에 생산라인 간 인력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내도급 활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무나 공정 구분 여부와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직접고용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면 산업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화할 수밖에 없으리란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글로벌 기업 모두 생산방식을 분업화하고 다양하게 가져가고 있다”면서 “선진국들처럼 파견 대상업무에 제한을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유독 우리나라만 외부인력 활용 자체를 제한하고 있는데, 결국에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고임금 문제로 경쟁력 위기에 직면한 국내 기업에 직접 고용을 강제할 경우, 신규 일자리는 물론 현재의 고용을 유지할 여력조차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영세업체, 지역사회의 고용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글로벌 추세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국내 정책을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노동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정규직 근로자의 과보호에 집중된 노동관계법 개선’이라고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년 전 제정돼 고용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파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대상을 청소, 경비 등 32개 업종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사업장별로 사내하청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사안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권고를 존중한다는 게 고용부의 입장”이라며 “현대기아차에 직접고용을 바로 명령하겠다고 하거나 직접교섭을 통해 직고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일은 없을 뿐만 아니라, 적법한 사내하청이라면 막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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