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진 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퓨린피부과에서 싱글 패 3개를 받게 된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김연진 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퓨린피부과에서 싱글 패 3개를 받게 된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김연진 퓨린피부과 원장

목표 타수에 가장 가까우면 1등
핸디캡 속이기 힘들어 모두 최선
순위 따라 캐디피·밥값 차등분담

암 수술 받고 취미생활로 입문
드라이버 비거리 180m 장타자
피지컬 트레이닝덕 스윙 유연해
최근 라이프 베스트 75타 기록

1장으로 18홀 내내 쓸 수 있는
‘닥터 퓨린 마스크팩’ 개발도


김연진(47) 퓨린피부과 원장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털털한 성격에 활력 넘치는 에너지를 지녔다.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퓨린피부과에서 김 원장을 만났다. 원장실에 골프 트로피 몇 개가 눈에 띄어 물었더니 “모두 싱글 패”라고 답했다.

김 원장이 그동안 받은 싱글 패만 3개나 된다. 첫 싱글(79타 이내)을 기록했을 때 동반자들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 선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김 원장이 3개를 받은 데는 나름 사연이 있다. 2015년 경기 용인의 태광골프장 모임에서 김 원장은 동반자들을 압도하며 라운드를 마쳤다. 자신이 80타를 기록했다고 생각했지만, 시상식에서 김 원장의 스코어는 78타로 둔갑했다. 담당 캐디가 보기를 기록한 2개 홀을 파로 적어 줬던 것. 단상에 올라간 김 원장은 “뭔가 잘못됐다”고 했지만, 박수 소리에 파묻혔고 30여 명 앞에서 스코어가 틀렸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다음 모임 때 싱글 패를 만들어 왔기에 하는 수 없이 받고 말았다. 이후 지난해 9월 경기 용인의 레이크사이드 서코스에서 친구들과 라운드하며 처음으로 80대 벽을 넘어 78타를 쳤다. 친구들이 패를 만들어줬다. 이후 한 달도 안 돼 경기 고양의 뉴코리아CC에서도 79타를 쳤다. 이날은 지인의 소개로 골프장에서 만난 동반자에게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파4이던 1번 홀에서 드라이버로 원온을 시켜 2퍼트로 버디를 만들었다. 물론 ‘레이디 티’였지만 내리막임을 고려해도 200m가 넘는 거리가 나갔던 것. 심상치 않은 날이었다. 이미 싱글 패를 받았다는 말을 못하고 헤어졌다. 동반자들은 김 원장에게 묻지도 않고 얼마 뒤 싱글 패를 전달했다.

김 원장이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 갑상선암 수술 이후 취미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 끝에 골프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피로를 덜기 위해 야간진료를 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예전에 남편이 골프채를 사줘 얼마간 연습장을 다녔지만, 일을 핑계로 골프를 멀리했다. 퇴원 후 10일 만에 골프를 치러 갔다.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체력단련도 하고 골프도 열심히 했다. 70분을 쉬지 않고 연습 공을 300개나 때려야 직성이 풀릴 정도였다. 필드도 1주일에 꼭 한 번 나갔고 주 3일 라운드한 적도 많았다. 운동 중독에 걸린 것처럼 너무 열심히 한 탓에 관절이 아팠다. 잘못된 자세로 연습하다 보니 통증이 찾아온 것이다.

우연히 피지컬트레이닝으로 재활치료하는 곳을 찾았더니 예상대로 스윙이 잘못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골반의 유연성이 떨어졌는데 너무 힘을 주며 연습한 것이다. 지난해 초 골프 피지컬트레이닝을 받고 난 이후 힘을 빼면서 치자 확 달라졌다. 김 원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75타. 두 달 전 레이크사이드 서코스에서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동반한 친구들이 잘 치면 샘이 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180m. 여성치곤 장타급이다. 김 원장은 “피지컬트레이닝을 통해 스윙은 힘으로 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면서 “편한 스윙으로도 예전보다 탄탄한 골프를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화려한 골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복이 심한 플레이도 하지 않는 편”이라며 “요즘에도 80대 초반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골프채 구성은 여성으론 독특하다. 6번 아이언부터 웨지 3개를 갖고 다니고, 우드는 맞지 않아 유틸리티 클럽만 2개를 넣고 다닌다. 그가 우드만 잡으면 주변에선 ‘얼굴빛이 달라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만큼 긴장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서 늘 결과가 나쁘다.

그는 피부과 전문의가 된 뒤 2002년 서초구 반포동에서 피부과의원을 개업했고, 인근으로만 두세 곳 옮겨 다니며 16년째 병원을 운영해 오고 있다. 김 원장은 최근 자신이 골프를 치면서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골프 등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팩 ‘닥터 퓨린 마스크’를 개발했다. 그는 “피부 보호를 위해 얇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는 여성 골퍼들이 있는데, 이럴 경우 피부와 공간이 생겨 자외선이 그대로 투과돼 오히려 피부에 얼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선크림만으로 자외선을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귀에 거는 마스크팩을 개발했다. 팩이 얇아 피부에 잘 밀착돼 라운드 직전에 붙여 사용한 뒤 그늘집에서 떼고 다시 붙일 수 있어 마스크팩 1장으로 18홀을 모두 소화하도록 고안했다. 김 원장이 만든 하이드로겔 타입 퍼밍 성분의 마스크팩은 천연 항산화 성분과 고급 화장품에 사용되는 ‘퍼밍 세럼’을 첨가해 피부 진정 및 화이트닝, 리프팅 효과에 보습력도 우수하다. 골프는 물론 야외 활동에서 햇빛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내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 계획도 갖고 있다.

김 원장이 친구들과 라운드할 때면 즐기는 내기가 있다. 이른바 ‘진실게임’. 각자 목표 타수를 정해 가장 근접한 사람이 ‘위너’가 되고, 가장 먼 사람이 ‘꼴찌’가 된다. 그는 “이 게임은 핸디캡을 속이기 힘들어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순위를 정하면 ‘캐디 피’나 ‘밥값’ 정도를 차등 분담하기에 동반자들도 수긍한다.

김 원장은 TV는 드라마 대신 뉴스와 골프방송만 보는 전형적인 ‘아저씨 타입’이다. 그는 얼마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무리하게 투온을 시도하다 역전패한 선수의 예를 들면서 “골프는 너무 급히 가면 안 되듯, 때론 돌아가는 것이 현명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내 마음대로 안 되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골프”라면서 “안 된다고 낙담하지 말고, 잘된다고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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