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연기를 잘 해야 하고,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 한다. 당연한 이치지만, 기본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채 연기하고, 노래 부르는 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나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배우나 가수가 적지 않다.

이런 환경 속에서 MBN 수목극 ‘마성의 기쁨’(극본 최지연 / 연출 김가람 / 제작 IHQ, 골든썸)을 책임지고 있는 최진혁은 ‘천생 배우’라 불리는 것이 옳다. ‘희귀병을 가진 재벌 2세’라는 다소 뻔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온전히 그의 연기력이었다.
방송 초반만 해도 우려가 있었다. 타고난 외양에서 오는 ‘재벌 2세’의 아우라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단기기억상실증 때문에 쉽게 누군가를 믿지 못하는 까다로운 재벌 2세의 모습은 다른 곳에서 이미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이런 우려는 눈 녹듯 사라졌다.

“나 그쪽 애인하면 안 됩니까?” “이래서 욕 먹는구나. 예뻐서” “이제 그만 우리 애인합시다!”

‘마성의 기쁨’의 명대사다. 혹자는 진부하다고, 또 다른 이는 닭살 돋는다고 말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극 중 공마성이 겪고 있는 처지와 상황, 그의 캐릭터를 체화(體化)한 최진혁이 내뱉는 이 한 마디에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래서 여심이 흔들렸다. ‘마성앓이’가 시작되고 ‘마성의 공마성’이라 불리는 이유다.

최진혁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바로 눈물이다. 남자 배우들에게 눈물 연기는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매력이 배가되지만, 잘못 쓰면 거부감을 유발한다. 최진혁은 전자였다.

18일 방송된 14회에서 공마성은 사랑하는 고모 공진양과 주기쁨(송하윤 분)의 전 소속사 대표 김범수가 나눈 대화의 녹음본을 듣는다. 공진양의 이면을 깨닫게 된 공마성은 그대로 주저앉아 오열한다.

이어 공마성은 식탁에서 공진양과 마주앉았다. “저한테 고모는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근데 고모한텐 전 뭐였습니까? 대체 뭐였길래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어요?”라고 질문하는 공마성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다. “끊어내지도 끊어낼 수도 없는 지긋지긋한 핏줄. 유언장 한 줄로 어린 조카한테까지 모조리 빼앗기는 비상식적인 가문의 룰 때문에 끔찍했어. 죽이고 싶을 만큼”이라고 답하는 공진양의 말 한마디는 공마성의 폐부를 찌르며 그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런 공마성의 심경을 대변하는 최진혁의 연기는 탁월했다. 눈동자는 흔들리고 손가락 마디마디는 떨렸다. 뒷모습을 보여줄 때는 힘없이 축 처진 채 간헐적으로 들썩이는 어깨로 남자의 뜨겁고 무거운 눈물을 대변했다.

제작사 골든썸 측은 “이 장면을 촬영하며 최진혁은 실제로 눈물을 흘렸다”며 “여러 차례 촬영이 이어졌는데 그때마다 절체절명의 타이밍에 눈물을 쏟는 그를 보며 ‘천생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혼신의 연기는 달콤한 결과로 돌아왔다. 최진혁의 오열 연기가 빛을 발한 ‘마성의 기쁨’ 14회(18일 방송)의 수도권 시청률은 2.32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날 방송된 지상파 KBS 2TV 수목극 ‘오늘의 탐정’(1.9%)을 뛰어넘는 수치다. 또한 ‘SNS에서 대박 난 콘텐츠’로 꼽히는 ‘마성의 기쁨’의 포털사이트 네이버TV 누적 조회수는 19일 낮 12시 기준 1143만 뷰를 기록, 기존 MBN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장수 예능 ‘나는 자연인이다’(1082만 건)를 제쳤다. 게다가 불과 두 달 만에 일군 성과다.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왔다. 12월 일본 오사카 팬미팅이 일찌감치 잡혔고, 대만 아이치이에서 동시 방송 중인 ‘마성의 기쁨’의 누적 조회수는 이미 530만 뷰를 넘겨 최근 방송된 한국 드라마 중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이에 대만을 비롯해 유수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팬미팅 진행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10년을 이끌 ‘포스트 한류스타’의 탄생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