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플랫폼을 이기는 시대가 왔다. 지상파 3사 체제가 공고하던 시절에는 ‘지상파=성공’이라는 등식이 성립됐으나, 다채널 시대가 열리며 이제는 특정 플랫폼보다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재미있는 콘텐츠 하나가 채널의 이미지를 송두리째 바꾸기도 한다.
tvN이 드라마 ‘도깨비’와 ‘미생’, 예능 ‘삼시세끼’와 ‘윤식당’ 등을 통해 지상파의 아성을 뛰어넘은 건 이미 옛말. 이제는 중소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종편) 역시 킬러 콘텐츠를 앞세워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MBC에브리원은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로 외국인 출연 예능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BC의 자회사인 MBC에브리원의 프로그램이지만 지난 파업 기간 MBC에 편성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먹방 열풍을 주도한 ‘맛있는 녀석들’ 역시 대중에는 다소 생소한 코미디TV의 프로그램이다. 김준현·유민상·문세윤·김민경 등 ‘잘 먹는 것’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4인방을 내세운 이 먹방은 2015년 첫선을 보인 후 3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최장수 먹방 예능이다. 직장인 김소리(여·26) 씨는 “‘맛있는 녀석들’을 챙겨 보면서 코미디TV라는 채널도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빠르게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있는 종편도 잘 키운 예능과 드라마로 채널 이미지를 고양하고 있다. 채널A는 예능 두 편을 ‘원투 펀치’로 활용해 지상파를 녹다운시켰다.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일명 ‘짝짓기 예능’인 ‘하트시그널’은 시청률은 0.7%로 시작해 2%대에 머물렀지만, SNS 상에서 ‘대박’이 나며 채널A에 관심이 덜하던 10∼30대를 대거 유입시켰다. 이를 밑거름 삼은 ‘도시어부’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예능에 비해 드라마 제작이 미진했던 MBN은 ‘마성의 기쁨’으로 채널 이미지를 쇄신했다. ‘마성의 기쁨’은 18일 방송 분량이 수도권 시청률 2.328%(닐슨코리아 기준)로 같은 날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오늘의 탐정’(1.9%)을 뛰어넘었다. ‘마성의 기쁨’은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2049 타깃 시청률도 이례적으로 1%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방송사의 브랜드 파워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SNS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입소문만 나면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다”며 “이런 환경이 콘텐츠 자체의 재미와 브랜드를 강화시키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