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민명기 ‘죽지 않는 혼’ 출간
“집안 내력이 朝鮮 역사… 의무감”


“어른들에게서 들어오던 집안의 내력들이 바로 조선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그분의 일대기를 써야겠다는 것을 책무처럼 느껴왔습니다.”

고종황제의 외가로, 충정공 민영환(1861∼1905)의 증손녀인 민명기(73·사진) 작가가 최근 장편소설 ‘죽지 않는 혼’(중앙북스)을 펴냈다. 지난해 민영환의 손주 며느리였던 자신의 어머니를 소재로 한 장편 ‘하린’을 생애 처음 발표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70대의 나이에 첫 장편을 내고 연이어 또 장편을 쓴 민 작가의 저력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그의 남다른 집안 내력이다.

민 작가는 1905년 일본과의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영환의 증손녀다. 명성황후 등 고종황제 외가인 여흥 민 씨의 후손이고,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부인이다. 문학소녀였던 그는 유학 간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생활하던 1970년대 후반 한 언론사 주최 문학상 공모전에 입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아내로서 엄마로서 내조에 전념하다가 늦은 나이에 장편을 내놓게 됐다.

소설은 작가의 표현 그대로 그 자체가 하나의 상술된 역사다. 민영환의 정치·외교적 활동뿐만 아니라 그의 후손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상세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한제국 시대 왕실 최측근 가문의 풍속,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의 인연 등이 흥미롭다. 충정공이 1896년 러시아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축하 사절로 참석했을 때, 대한제국 시기 육군부장 정복을 입었을 때 등의 사진도 실려 있다.

민 작가는 “가정적으로 가장 큰 행복을 누리던 마흔다섯의 정치인이 왜 자신의 목에 칼을 꽂았을까 하는 의문이 늘 나를 떠나지 않았다. 그 일대기를 써야 한다는 것을 책무처럼 느껴오다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초조감에 떠밀려 이 소설을 썼다”면서 “집안에 이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상상력을 보탰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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