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사회부 부장

국회는 지난 17일 김기영(50·사법연수원 22기), 이종석(57·15기), 이영진(57·22기)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지난달 19일 이진성 헌법재판소 소장과 김이수·김창종·안창호·강일원 헌법재판관 등 5명이 퇴임한 뒤 한 달 가까이 이어져 온 헌재 마비 사태가 종결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편향성과 위법 사실이 문제로 지적돼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대법원장 지명 몫 이석태(65·14기), 이은애(52·19기)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석 귀성이 시작되는 금요일(9월 21일) 오후 일방적으로 임명한 데 이어 이날 3명의 후보자가 국회를 통과한 상황을 맞아 상당수 언론은 ‘헌재가 9명의 완전체로 복귀했다’며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되는 대통령의 한때 부하였던 변호사와 대법원장의 측근인 판사가 헌법재판관을 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과 함께 위장전입이 문제가 됐지만, 죄질이 훨씬 나쁘다. 특히 그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간사 출신이라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시됐다. 김기영 재판관에 대한 우려는 반대표보다 불과 14표 더 얻은 그의 찬성률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의 선출안은 재석 의원 238명 가운데 찬성 125표(52.5%), 반대 111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후보자 선출안(찬성 201표(84.5%), 반대 33표, 기권 4표) 및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이영진 후보자 선출안(찬성 210표(88.2%), 반대 23표, 기권 5표)과 확연히 비교된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채택한 김기영 재판관의 인사청문보고서는 “5차례에 걸친 위장전입 등 재판관으로서의 자질과 도덕성, 청렴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념적 편향성 때문에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여당은 똘똘 뭉쳐 그를 밀어붙였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헌법재판관으로 직급이 낮은 사람을 지명해 헌재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방안이 실행되거나 기도된 바 없이 문건으로만 작성됐다고 난리가 났는데, 현 집권세력과 대법원장은 헌재의 위상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인사를 실제로 감행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교체 시기마다 반복되는 공백 사태, 자격 시비, 대통령의 측근 심기 등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먼저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3명 지명권을 폐지해야 한다. 대법원장은 그런 권한을 가질 아무런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 본회의에서 선출하는 국회 추천 몫과 달리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6명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가 3명씩 가진 기형적인 지명·선출권을 없애고 독일처럼 전원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이 경우 극단적인 진보나 보수 편향 인사가 어느 한 당의 지지만으로 재판관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출석 과반수 찬성을 재적 과반수 또는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선출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sdgim@
김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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