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머리·양치로 기상 알려
‘10시간 학습량 채우기’ 공유
예치금 맡긴 뒤 어기면 벌금
함께 공부하는 유튜브BJ도

일부선 “친목모임으로 변질
공부에 되레 소홀해질 수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5일)이 임박하면서 수험생 사이에 ‘젖은 머리 인증’‘양치·세수’ 등 이색 스터디 열풍이 뜨겁다.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 채널에서 ‘스터디 방송’을 하는 BJ까지 생겨났다. 스터디는 흔히 특정 시험 등에 대비하기 위해 장·단기적으로 결성된 공부 모임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공부보다는 아침잠을 떨쳐내고 기상한 상태를 인증하거나 학습량을 늘리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젖은 머리 인증’ 스터디에 참여 중인 재수생 김모(20) 씨는 24일 “얼마 남지 않은 기간만이라도 일찍 일어나 찬물로 머리를 감으면 확실히 잠에서 깨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며 “누군가 함께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생각에 의지도 솟고 위안도 된다”며 만족해했다. 김 씨는 2주째 온라인에서 만난 이들 5명과 매일 아침 머리를 감은 뒤 젖은 머리 사진을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김 씨는 책상 앞에 앉아 아침 8시까지 수능 교재를 펴놓은 사진을 공유하는 스터디를 운영했으나 얼마 뒤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는 인원이 많아지면서 스터디는 곧 해체됐다.

매일 아침 양치질 사진이나 세수한 뒤 사진을 올리는 기상 스터디도 많다. 한 ‘양치 스터디’는 수능 전날 아침까지 온라인에 양치질 중인 사진을 단체 방에 올린다. 정해진 시간을 어기면 각자 맡긴 예치금 2만 원에서 2000원씩 벌금을 차감하는 규칙도 정했다. 서로 온라인에서 만나 신상 노출을 꺼리는 이들은 얼굴 사진 대신 세면대, 칫솔, 치약 등의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초시계를 구매한 뒤 시간 단위로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사진 등을 찍어 보내며 ‘10시간 학습량’을 채우는 형태도 있다.

스터디가 인기를 끌자 실제 공부하는 모습을 아무런 편집 없이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유튜브 방송 BJ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한 스타 BJ는 구독자가 40만 명에 이르며, 이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함께 공부하는 동시접속자는 1만 명을 넘겼다. 서울 한 고교에 재학 중인 문모(19) 군은 “교실 안에서 아는 친구끼리 스터디를 만들어도 얼마 뒤 잡담하는 모임이 될 때가 있다”며 “온라인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의 스터디를 선호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스터디가 정작 시험을 앞두고 친목 모임으로 변질돼 자칫 공부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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