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의 연출자인 이창동(오른쪽) 감독과 주연배우 스티븐 연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카데미 진출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버닝’의 연출자인 이창동(오른쪽) 감독과 주연배우 스티븐 연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카데미 진출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출품작 ‘버닝’ 이창동 감독

“한국영화 노미네이션 없었지만
회원들 관심 끌 기회가 없었을뿐
수준·작품성 부족 때문 아니죠”


“(아카데미상 노미네이션이)다음번 한국영화를 위한 길, 이정표가 되니까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제91회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할 한국 대표작으로 선정된 ‘버닝’의 이창동 감독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국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솔직히 큰 기대를 거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기대가 너무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영화는 지난 1963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계속 이 부문에 도전해왔으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이 감독은 11월 2일 ‘버닝’의 LA 개봉을 앞두고 영화 홍보와 현지 영화학도 특강을 위해 할리우드에 갔다. 그는 아카데미 진출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션이 한 번도 없었던 건 수준이나 작품성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며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에 의해 (노미네이션이) 이뤄지는데 사실 (영화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회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주어져야 하는데 그런 여건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첫 번째로 문을 여는 건 매우 어려울 거로 본다”며 “크게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국민의 기대가 커서 실망이 커질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버닝’은 어린 시절 동네 친구인 종수(유아인)와 해미(전종서)가 우연히 만난 후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미스터리한 남자 벤(스티븐 연)으로 인해 혼란을 겪으며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감독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예술적 성취를 이루려는 듯 모호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연출로 관객을 학습시키며 조금씩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이 감독은 “이 영화는 미스터리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고, 관객이 그걸 느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며 “경제·사회·정치적인 문제가 다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지난 22일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 감독은 “약간 의외였고 기대를 안 했다. 직접 참석해서 감사 말씀을 드리지 못한 건 미안하다”며 “이 영화가 국내에서 흥행으로든 무엇으로든 아주 만족할 순 없는 것이었는데 작은 위안이나 힘이 됐으면 한다. 배우·스태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과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스티븐 연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이어 ‘버닝’에도 출연한 것에 대해 “봉준호, 이창동 감독님과 작업하게 된 건 영광이었다”며 “‘옥자’에서는 한인교포 역할을 맡았는데 제삼자 입장에서 한국 문화와 한국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님과 함께한 ‘버닝’에서는 온전한 한국인을 연기할 수 있었고 일상적인 (한국)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한국 배우들에게 조언해달라”는 질문에 “한국 영화계가 이처럼 풍부하고 생생한 작품들이 넘쳐나는데 굳이 할리우드에 올 필요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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