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1년 사이클이 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할 때가 되면 어학 공부 같은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얻고, 어머니나 가족을 다룬 책이 나온다 싶으면 5월입니다. 여름에 가까워질수록 추리소설이 쏟아집니다. 시간과 계절을 알려주니 일종의 책 달력입니다. 이제 슬슬 한 해를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이번 주 2019년 트렌드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트렌드 책 분야 대표선수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9’(미래의창)가 어김없이 나왔습니다. 미래학 연구 기관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미래전략연구센터의 ‘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 빅데이터 분석그룹 다음소프트 연구원의 ‘2019 트렌드 노트(북스톤)’도 나왔습니다. ‘미래전략 2019’가 기술변화부터 한반도와 국제정세까지 메가 트렌드를 살폈다면, ‘트렌드 코리아’와 ‘트렌드 노트’는 개인의 삶과 사회 흐름에 주목합니다.

이들이 전하는 내년 트렌드를 몇 가지 살펴볼까요. 김 교수는 2019년의 소비 흐름을 “원자화·세분화하는 소비자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콘셉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예측합니다. 김 교수가 꼽은 내년 트렌드는 이런 것들입니다. ‘1인 마켓(세포마켓)’,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사는 ‘나나랜드’, 역할에 갇히지 않고 개인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가족’, 과거의 새로움에 눈뜬 ‘뉴트로’, 데이터에 모든 결정을 맡기는 ‘데시젼 포인트(dacision point)’ 등입니다. 개인과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컨셉력’을 갖춰야 한다고 합니다. 다음소프트 연구원들이 주목한 2019 트렌드는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워라밸부터 소확행까지 우리 사회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밀레니얼 세대, 그중에서도 사회초년생인 ‘2534’가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열정보다 효율, 적성보다 연봉을 중시하고, 식비는 줄여도 문화생활은 해야 하는 세대. 이들이 유권자로, 소비주체로 우리의 일하는 규칙, 먹고 노는 방식, 소비의 공식을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밀레니얼 세대를 알아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 교수는 내년이 경제도 위축되고, 올림픽이나 선거 같은 특별한 외적 모멘텀이 없는 해라면서도 오랜 트렌드 연구에서 얻은 교훈을 공유합니다. “지금까지 무수한 전망의 시행착오 속에서 유일하게 얻은 교훈이 있다면 어떤 여건 속에서도 생활은 이어진다는 것”이죠. 올 한 해 잘 보내고 계신지요. 모든 게 내 마음 같지 않고 여전히 빈손인가요. 그럼 다시 시작할 수밖에요. 김 교수의 말처럼 어떤 여건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니까요. 트렌드 책 한 권 펼쳐 읽으면서 말이죠. 전체를 조망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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