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의 장관 접견실에서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의 장관 접견실에서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방한 비건, 이도훈 본부장 면담

北에 비핵화조치 이행 압박하며
南에 대북관계 속도조절 요구

트럼프 “北 核실험 안하는 한
비핵화 오래걸려도 상관없다”
제재 유지하며 北조치 관망
협상 성과 서두르지 않겠단 뜻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9일 종전선언의 최우선 필요조건으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언급한 것은 남북 모두에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등을 요구하면서 비핵화 실무회담에 반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에는 ‘압박’을, 남북관계에서 앞서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는 ‘속도 조절’을 요구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연일 “협상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는 입장과 함께 대북제재·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및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적대관계 해소라는 목표를 언급하면서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은 북한의 FFVD 달성”이라고 강조했다. 즉,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북한이 FFVD에 관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란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 이는 핵 리스트 신고 등의 핵심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 종전선언이란 상응 조치를 먼저 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한국 정부 측에 대한 반박으로도 해석된다.

비건 대표는 종전선언과 적대관계 해소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공통의 목표’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서 FFVD에 대한 이견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언과 아이디어, 과정, 실행 등을 제공하는 것이 나와 이 본부장의 역할”이라며 실무선에서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의 속도를 맞춰 나가자는 입장도 드러냈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과속’으로 비핵화 추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미국 내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한·미 공조부터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4~26일 탈북자 인권 문제를 시작으로 불법 돈세탁 관련 제재, 불법적인 해상 유류 환적 사진 공개, 가상화폐 사기 경고 등 연일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서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오래 걸린다 해도 상관없다”고도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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