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南北가속 우려 확산되자
靑, 美측과 시각차 해소 나서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9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원칙을 강조하는 등 미국 측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남북관계 개선 속도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청와대가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9일 맥 손베리 미 하원 군사위원장을 면담하는 등 정부의 입장을 알리고, 미국 측과 공감대를 확산하는 데 일단 주력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이날 “정 실장과 손베리 위원장은 면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방안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했으며, 정 실장은 미 의회의 협조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등 정부 인사들이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하거나 심지어 분노하고 있다는 전언이 나온 가운데 미국 내 관련 인사들에게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설명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에도 미·북 정상회담 일정이 나오지 않고, 협상의 진척이 없는 데 대해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북이 순조롭게 협상을 풀어간다는 전제하에서 종전선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일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강력한 대북 압박과 함께 남북관계 과속에 대한 직·간접적인 비판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비건 특별대표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FFVD 원칙을 거듭 강조하자 이날 오전까지 정 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과 비건 대표와의 면담 일정을 확정하지 않는 등 진의 파악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건 특별대표가 청와대 핵심 외교안보라인에 사실상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할 경우 무조건 수용하기도, 반발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의 공식 파트너가 이 본부장이지만, 청와대는 그동안 미국의 한반도 정책 관계자가 방한할 경우 대부분 면담을 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비건 대표 방한 시에는 직접 접견해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도 미국 측 분위기를 감안해 조심스러운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문 대통령은 전날 출입기자들과의 산행 중 “지금 진행하는 평화 프로세스가 결코 실패하지 않도록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도록 북한, 미국과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청와대의 우려 섞인 상황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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