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일 관계 발전을 위해 ‘경쟁에서 협조’ ‘위협이 아닌 파트너’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체제의 발전’이라는 3원칙에 합의했다. 7년 만에 중·일 정상이 협력에 합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일의 협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들 한다. 중·일 양국의 경쟁의식과 미·일 동맹이 중·일의 협력을 구조적으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중·일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중·일 관계의 극적인 개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무역전쟁에 대항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정적인 중·일 관계를 통해 미국의 통상 압력과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응하려는 일본의 전략적 계산도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중·일 양국이 접근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은 이전부터 성숙돼 있었다. 시진핑은 G2 경제대국 중국의 위상에 걸맞게 일본과의 관계를 조정하려 했다. 1972년 중·일 공동성명에서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면서부터 양국 간에는 ‘선진국 일본과 후발국 중국’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됐다. 1978년 덩샤오핑은 전후청산을 포기하면서까지 중·일 평화우호조약을 맺었다. 이후 일본의 정부 간 원조(ODA)는 중국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됐으며, 2008년 후진타오 시대에는 전략적 호혜관계로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2010년 G2 경제대국으로 등장한 중국은 이전의 중·일 관계를 청산하고 자국 중심의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확인하려 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이 동북아에서 대국으로서 프라이드를 회복하는 순간으로 봐야 한다. 즉,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일본을 참여시켜 동남아 국가들을 지원키로 한 것이야말로 국제사회에서 대국 중국의 위상을 과시한 것이다.
한편, 아베 정권은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하면서도 러시아로부터 북방영토 반환, 북한의 납치 문제 해결, 중·일 관계의 회복이라는 외교적 과제를 안고 있었다. 아베 정권 초기에는 미국과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중국 포위망을 건설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이 TPP 이탈을 선언한 데다, 경비 부담 문제로 주일미군을 철수하겠다는 트럼프의 으름장에는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아베로선 트럼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른 외교적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됐다.
아베가 외교적 탈출구로 시도한 것이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반환 협상이었다. 그러나 올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건 없는 경제 협력을 주장하는 바람에 아베의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또한, 아베를 정치적으로 성공하게 만든 납치 문제도 북한의 냉담한 반응으로 더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중국과 관계 개선이었다. 2017년 초기부터 일본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찬성을 표시하기도 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앞으로 중·일 양국의 접근은 적극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감정이 우선하는 한·일 관계와는 달리, 중·일 관계는 전략적 이익에 따라 협력할 수 있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일의 협력이 동북아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중·일 관계는 아직도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따라서 중·일 협력이 동북아 질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이 다양한 형태의 다자협력을 추진해 외교적 지평을 넓힐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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