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마곡 사이언스파크 LG화학 생명과학연구소

R&D 메카 프로젝트실험실
필러 ‘이브아르’ 기술력 산실
테스트만 20여가지 철저 검증
극한조건서 인체 안정성 확인

사드 이후 경쟁업체 험담에도
“대체불가” 의사들이 먼저 찾아
고급화로 中 고가시장 선점해
신뢰의 힘… 500억 매출 목표


2013년 중국 땅에 처음 발 디뎠던 LG화학의 필러(인체충전물) ‘이브아르(YVOIRE)’는 4년 만에 큰 위기에 맞닥뜨렸다.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경제 보복이 시작되면서다. 중국 의료 시장에 진출한 이후 매년 매출이 2∼3배씩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2016년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위(수량 기준)에 오른 직후였다. 중국에서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자 주요 병원 모든 광고물에서 ‘한국’이란 단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경쟁업체들은 웨이보 등 SNS에서 노골적으로 ‘이브아르’를 헐뜯었다. 중국 사업 지속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반전은 중국 병원에서 시작됐다. 의약품 결정권을 가진 의사들이 이브아르 주문량을 오히려 늘리기 시작했다. LG화학이 의학전문유통기업인 ‘화동 닝보’와 손잡고 필러를 의료 시장에서 키운 결과다. 기존에 중국 내 필러는 미용과 마사지업체 등 블랙마켓(암시장)에서 주로 소비됐다. 부작용 등 뒤탈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사드 보복이 매섭던 2017년 이브아르의 중국 매출은 450억 원으로 전년(370억 원)에 비해 22% 늘었다. 이는 중국 의료계와 쌓아온 LG 의약품의 신뢰감이 기대했던 것보다 탄탄했던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6일 LG그룹 8개 계열사 연구인력이 결집해 ‘연구·개발(R&D)의 메카’로 떠오른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이곳 E8동에는 지난해 12월 입주한 LG화학 생명과학연구소가 있다. 5층 프로젝트 실험실에서는 이브아르의 함량과 성분 분석부터 불순물까지 따져보는 테스트만 20여 가지가 이뤄지고 있었다. 필러는 인체 성분과 같은 히알루론산 등 충전물을 주입해 주름을 펴고 볼, 이마 , 코, 턱 등 함몰된 신체 부위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보충물이다.

실험실에 들어서자 연구원들이 이브아르를 여러 종류 주사기에 넣고 인공피부에 대한 주사 압력을 시험하고 있었다. 길고 짧은 바늘 길이에 맞춰 깊거나 얕게 찌르는 등 실험 시 경우의 수는 수십여 가지다. 필러를 넣은 후 피부 느낌은 일일이 손으로 다 만져서 확인했다. 맞은편에서는 측정기로 필러의 삼투압 농도를 재고 있었다. 필러의 삼투압 농도가 몸속 농도와 비슷해야 필러를 주사했을 때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소이온 농도(PH)지수도 연구원의 손에서 꼼꼼히 검증된다. 필러의 PH지수가 인체와 비슷한지 살펴보는 것이다. 실험실 한편에서는 극한 시험 중이었다. 5도·25도·40도·55도 등 온도별로 나눠 필러가 극한 조건에서도 성능과 안정성을 유지하는지 검증한다. 가교(架橋) 등 핵심기술은 전문 분석팀이 따로 있다. 필러의 점성과 탄성을 분석하는 전담팀은 대전기술연구원과 협업하고 있다.

이곳에서 까다롭게 검증한 이브아르는 중국 의료 시장에서 한류(韓流) 열풍을 다시 쓰고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이브아르는 2016년부터 2년 연속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필러로 등극했다. 반면 기존 시장점유율 1위였던 중국 블루미지바이오테크놀로지의 ‘바이오히알룩스’, 스위스 제약업체 갈더마의 ‘레스틸렌’ 점유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매출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이듬해인 2014년 매출 50억 원을 벌었지만 2015년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어난 159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 원을 돌파하는 것이다.

성공 비결은 선점 전략과 제품력이다. 이브아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2011년. 2년 동안 인증 절차를 거쳐 중국에 진출한 이브아르가 정조준한 곳은 고가 의료 시장이었다. 당시 중국 필러 시장은 양극화가 극심했다. 현지업체들이 저가용 시장을 장악했고 고가용 시장에는 갈더마 제품만 있었다. 중국 내 필러 시술 가격은 국내 평균 시술가보다 3∼4배 높아 중산층 이상이 고객이다. 단순한 저가 마케팅으로는 공략하기 힘든 시장이란 얘기다. 소득수준이 평균 이상인 계층이 필러 시술을 받기 때문에 가격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를 중요한 선택 요소로 여기는 곳이다. 얼굴이나 몸에 직접 맞는 제품인 만큼 효능보다는 ‘안전’에 대한 수요가 컸다.

LG화학 관계자는 “막 문이 열린 중국 성형 시장에 빨리 들어간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진출 이후 ‘고품질 가성비’ 브랜드 이미지를 선점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들만 가진 신뢰성과 제품력도 한몫했다. 중국에 △주름개선 △볼륨 증대 △통증 경감 필러 등 총 4개 제품을 출시, 소비자들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한 것이다. 경쟁업체들은 1∼2개 제품만을 선보인 반면 4개 제품을 선보인 브랜드는 이브아르가 유일하다.

의사와 일반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을 이원화한 것도 주효했다. LG화학은 수년간 필러 시술이 낯설었던 중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경험이 많은 한국 의사를 초빙해 학회를 개최하고 시술법을 알려주는 정기 교육을 실시했다. 또 중국 SNS상 유명인인 ‘왕훙(網紅)’을 섭외해 일반인들에게 이브아르 체험기를 전파했다. 여기에 시술 고객들의 입소문까지 퍼지면서 중국에서 이브아르는 ‘필러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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