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0일 국회에 ‘구·시·군당 설치’를 제안함에 따라 지난 2004년 지구당 제도가 폐지된 지 14년 만에 정당의 지역 사무실이 부활할지 관심이 쏠린다. 선관위는 정치자금 흐름은 원활하게 하는 대신 투명성을 높이고 사용처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구당, 구·시·군당으로 부활하나 = 선관위는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통해 “정당의 지방 조직을 허용함으로써 조직 형성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효율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구·시·군당 설치를 제안했다. 불법 정치자금 모금과 수수의 통로로 여겨져 폐지됐던 지구당을 다시 허용하자는 주장은 그간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서 조심스레 제기돼 왔다. 지구당 폐지가 오히려 합법적인 정치자금 흐름까지 막으며 재산이 많지 않은 정치신인들의 정치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상 현역의원들도 편법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지구당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곱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본격적으로 지구당 부활을 추진할 경우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원들 내에서도 지구당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과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는 ‘시기상조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선관위도 이런 우려를 감안해 당내 민주화와 회계의 투명성 확보를 구·시·군당 설치의 전제 조건으로 꼽았다. 또 자치구·시·군의회에 의석을 가진 구·시·군당은 해당 지방의회 청사에 사무실을 설치하도록 해 고비용 구조도 막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정당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지구당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지구당이 부활하면 현역과 신인의 공정한 경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치자금 모금은 쉽게, 투명성은 강화 = 선관위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교육감 선거의 예비후보자, 지방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들도 후원회를 꾸릴 수 있도록 했다.
정치자금을 적법하게 쓰도록 유도하는 다양한 방안도 제안됐다. 우선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을 실시간으로 공개토록 했다. 정당이나 후원회, 후원회를 둔 국회의원 및 예비후보자의 회계책임자는 정치자금이 들어오거나 쓰일 경우 48시간 이내 선관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도록 했고, 누구든지 항상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자금의 지출 기준도 명확히 해 개인적인 경비나 부적절한 용도로 쓰이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침이다. 또 정치자금이 부정하게 사용된 것이 발견될 경우 7일 이내 해당 금액을 반환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정치자금의 사적 사용이 적발된 경우 현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된 처벌 규정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불법 정치자금을 준 사람이 선관위에 신고하거나 검·경찰 등에 자수했을 때는 선거법에 규정된 ‘선거범죄신고자’에 준해 보호하고 형량도 깎아주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