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이 북한 비핵화 협상 공조를 위해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문재인 정부 카운터파트와의 논의를 회의적 시각에서 평가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미 의견 차가 표출되고 있으며 미·북 간 지지부진한 협상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29일 뉴욕타임스(NYT)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진의를 보증하고 있지만 비평가들은 속임수(deception)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 위원장을 핵무기를 경제적 번영과 교환하려는 준비가 된, ‘젊고 솔직한’ 전략가로 묘사하고 있다”며 “북한이 믿을 수 없는 국가라는 국제적 이미지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NYT는 “워싱턴의 외교 정책 기관과 한국 내 보수적 비평가들은 북한이 어떤 합의든 위반할 국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북한에 실질적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NYT는 다만 문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이 모든 분석가를 확신시키지는 못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는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비건 대표의 방한 행보가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단면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비건 대표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가능한 한 빨리 만나서 회담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비건 대표가 최 부상과 직접적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마찰을 보여준 가장 최근 신호”라고 지적했다.
방러 중인 신홍철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날 모스크바 시내 국제무역센터에서 열린 러시아 동방학연구소 설립 20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존 헌츠먼 주러 미국대사와 만났지만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은 것도 미·북 협상 교착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신 부상과 헌츠먼 대사는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어색하게 쳐다보기만 할 뿐 악수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헌츠먼 대사는 행사 도중 먼저 자리를 떴고, 신 부상은 행사 후반부에 북·러 친선관계를 강조하는 축하 연설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