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고용대란으로 엎친 나라에 주가 폭락이 덮쳤다. 코스피 2000선이 22개월 만에 무너지면서 주식시장은 살얼음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10일 2296이던 코스피는 어제 1996으로 주저앉았다. 대기업의 부정적 측면만 들추던 인사들이 청와대와 행정부 핵심 보직을 맡아 권력을 휘두르다 위기를 자초했다.

대기업이 이익을 쌓아 두고 투자하지 않으니 법인세로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제기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처음엔 부정적이었으나 결국은 인상 찬성으로 돌아섰다. 선진국과 경쟁 대상국 모두 인하했으나 우리만 최고세율을 3%포인트 인상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측 의원 다수도 인상에 찬성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는 기업으로선 3% 수익이 줄어드는 악재를 만났다. 국내 사업장의 해외 이전을 고민하던 기업은 떠날 결심을 굳혔고, 한국 진출을 고려하던 해외 기업은 계획을 접었다.

최저임금은 2년 만에 29.1% 인상됐고, 주 52시간 근로제는 법제화됐다. 직격탄을 먼저 맞은 자영업자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폐업과 영업 단축이 줄을 이었고 일부에서는 무인정산기를 들여놓으면서 고용 인원을 줄였다. 기업도 인원 감축을 염두에 두고 사업 축소에 나섰다.

게다가, 출자에 대한 규제도 대기업을 위축시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의 금지 대상이 아닌 ‘기존 순환출자’ 정리도 압박하면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채찍으로 활용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정치권의 강요에 의해 설립된 지주회사의 투자 기회를 가로막는 규제도 많다. 손자회사의 100% 지분율 의무화는 외국기업과 합작계약의 장애물이다. 지주회사 유도의 미끼로 활용된 상장회사인 자회사 최저지분율 20%를 30%로 되돌리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입법예고됐다. 출자정리와 자회사 지분 추가 취득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보유 현금 확보에 매달린다.

하루하루 계산을 맞춰나가는 자영업과는 달리 기업은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를 결단한다. 법인세 인상으로 최종적 이익은 줄어들고,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이익이 늘어 주가가 상승하면 경영권 유지가 더 어려워지는 규제 환경에서는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게 마련이다. 투자 위축으로 수익 전망이 나쁜 기업의 주식은 일찍 처분하는 것이 투자자의 생리다. 결국, 투자 위축이 오늘의 고용대란과 주가 폭락을 유발한 주범이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학 졸업자를 폐그물 수거 작업에 동원하는 하루살이 대책으론 안 된다. 기업의 투자 결단을 가로막는 규제를 찾아내 신속히 수정해야 한다. 지난해 말 인상한 법인세율은 올해 1월 1일 이후 개시한 사업연도부터 적용되므로 연내로 부칙 개정을 통해 시행을 보류할 수 있다. 기업 출자규제도 최소한 5년 동안은 현행 법률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침을 여야 합의로 확정해 기업의 불안 요인을 없애야 한다.

노사정 합의에 미래세대를 참여시킴으로써 기득권 노동조합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 임금피크제를 정착시켜 고용 여력을 확보하고 고용계약의 유연성을 높여야 청년취업이 정상화된다. 기업 세금을 더 거둬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위험한 도박이다. 획기적 규제개혁으로 기업가의 투자 의욕을 되살려야 투자와 고용 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성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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