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미끼로 수억 원을 뜯어낸 50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고미술품의 상품 가치가 뛰어난 만큼 거래 시 ‘검은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한다. 거래 전 감정서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주의가 요구된다.

고미술품 매매·경매를 전문으로 하는 A 업체 핵심 직원 전모(54) 씨는 지난 2014년 7월 감정가 15억 원의 추사 김정희 작품인 8폭 병풍을 매입할 예정이라며 피해자 B 씨에게 접근했다. 전 씨는 “구매한 병풍이 보물급으로 지정받으면 40억 원 정도에 되팔 수 있다”며 B 씨에게 5억 원 투자를 제안했다. 이익의 절반은 B 씨에게 나눠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전 씨의 거짓말에 넘어간 B 씨는 지인 10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4억5560만 원을 모아 전 씨에게 전달했지만, 전 씨는 돈만 챙겨 잠적했다.

전 씨의 사기행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9월엔 지인 C 씨에게 “내가 달항아리를 5000만 원에 팔아주겠다”며 거짓말하고 실제 달항아리 소유자인 D 씨에게 그 말을 전하게 했다. D 씨 소유의 달항아리는 18세기 조선백자로 감정가 5000만 원에 달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전 씨는 D 씨로부터 달항아리를 받은 뒤 거래에 나서지 않았다. 몰래 백자를 판 후 대금을 자신이 유용할 생각이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김진희 판사는 전 씨에게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액이 거액이며 피해 복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고미술품 매매는 수억 원이 오가는 ‘큰 시장’인 탓에 이를 노린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진품 여부를 구별하기 어려운 초보자들을 상대로 한 사기가 주를 이룬다. 고미술 매매가 왕성하게 이뤄지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업자는 “돈을 투자하기 전에 권위자에게 반드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감정서가 진짜인지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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