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촛불정신 계승 주장 문재인정부
3권 분립 등 민주가치 훼손했던
박근혜정부 실정 그대로 되풀이

연말이면 임기 3분의 1 지나
촛불민심 왜곡하고 독점하면
방향 바꿔 文정부로 향할 수도


촛불집회 2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은 ‘나라다운 나라’로 변모하고 있을까. 촛불집회는 자유시민의 주권의식이 소통과 연대를 통해 평화적으로 표출된 명예혁명이다. 자발적으로 모였고 자율적으로 질서를 유지했고 자존감 속에 뒷정리를 했다. 분노를 희망으로 순화시켜 폭력의 유혹과 정치적 선동을 배격했다. 광장의 열망에 기성 정치인들은 고개를 숙인 채 뒤를 따랐고 법원과 경찰은 길을 열었다. 그러나 촛불민심은 위임했던 자신의 권력을 기꺼이 헌법과 헌법기관에 다시 넘겼고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란 국가적 위기를 헌정 질서 속에 평화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촛불민심의 위대함은 바로 대다수 국민이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애국심으로 시종일관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지켰다는 것이다. 따라서 촛불민심은 특정 정파나 세력이 독점할 수 없는 국민적 가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8일 “촛불의 명령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시 새긴다”며 “촛불의 명령은 현재진행형으로, 여전한 적폐와 국정농단의 잔재를 청산해 내는 일에 동력을 더할 때”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 촛불집회는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촛불민심의 계승자는 아니다. 촛불의 명령은 박근혜 정부의 탄핵과 헌정중단 없는 민주적 대통령선거였다. 그 명령에 따라 치러진 19대 대선의 투표율은 77.2%였고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08%였다. 투표권이 있는 국민 전체 기준으로는 31.71%의 지지를 얻었다. 3분의 2가량의 국민이 문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이념 및 공약을 지지하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이념과 정책과 국정운영 방식이 ‘촛불민심’이라고 주장해선 안 된다.

촛불민심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가 훼손한 민주주의 가치의 회복이다. 박 전 대통령은 여의도를 적폐처럼, 국회를 산하기관처럼 생각했고, 국회의원을 비서관 정도로 취급하는 등 ‘3권분립 정신’을 무시했다. 권력기관을 자의적으로 동원하고 정당한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는 등 법치주의를 훼손했다. 노선과 정책의 차이를 용납하지 않는 등 다원주의를 외면했다.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다. 대통령 본인은 물론 수석과 대변인까지 나서 수시로 국회를 비판한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피감단체 지원 해외출장이 문제 되자 아무렇지도 않게 의원들의 해외출장 내역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사법부는 ‘재판거래 의혹’의 입증이 난항을 겪자 ‘사법농단 의혹’으로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계속하겠다는 ‘적폐청산’이다. ‘적폐청산은 민주주의의 언어가 아니고 따라서 정치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최장집 교수 2018년 7월 27일 문화일보 파워인터뷰)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세력이라 하더라도 다른 세력이나 가치, 관행을 ‘적폐’라고 규정하고 권력기관을 동원해 사법적 단죄를 가하는 것은, 권력의 속성상 필연적으로 독선과 오만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촛불민심에서 주목해야 할 정신은 애국심이다. ‘촛불은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응답이고 나라다운 나라란 국가 수호와 시민안전을 보장해야 한다.’(윤평중 교수, 국가의 철학) 국가의 생존이 위태로울 때 국민의 자유와 나라의 번영이 확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최근 북한과 합의한 일련의 군사적 조치는 ‘이게 나라냐’라는 박근혜 정부 시절의 탄식을 자아낸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서북도서의 포 사격 훈련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서북도서에 배치된 K-9 자주포를 육지로 반출해 사격훈련을 한 뒤 다시 반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더구나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됨에 따라 우리 군은 정찰기, 헬리콥터, 기구, 무인기를 일정 구간에서는 띄울 수 없고 이에 따라 북한의 장사정포와 지상부대 탐지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북한의 비핵화는 하세월인데 우리 군은 눈과 귀를 가리고 손발마저 묶인 상황이 온 것이다.

연말이면 문 대통령은 임기 60개월의 3분의 1이 지나게 된다. 이제라도 미래로 눈을 돌려 국정 성과를 내는 데 촌각을 다퉈야 한다. 촛불민심 앞에 겸허해지면 역사는 촛불민심의 계승자로 문 대통령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촛불민심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하면 1700만 개의 촛불이 1∼2년 후에는 문재인 정부를 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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