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워킹그룹’ 질문에 답변
韓美간 이견 드러내기 불편
‘의도적 의미 축소’ 의구심


미국 국무부의 한·미 간 대북제재 이행 등을 논의하기 위한 워킹그룹 설치 합의 발표에도 외교부는 31일 오전까지 공식 내용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과속’ 논란 속에서 미국과의 의견 차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정부가 의미를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한·미의 워킹그룹 구성 합의를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금명간 이와 관련해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대북제재 예외적용에 직접 관련되는 통일부 측도 워킹그룹 구성에 대해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의겸 대변인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내놓았다. 김 대변인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한해 청와대 관계자는 물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을 만난 뒤 종합해서 말씀한 것으로 안다”며 “좀 더 긴밀한 소통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얘기할까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그(워킹그룹 설치)에 대해 우리 정부도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킹그룹 구성은 지난 29일 비건 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회동에서 합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청와대·외교부·통일부는 비건 특별대표와의 연쇄 면담 이후 발표한 자료에서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30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비건 특별대표의 2시간가량에 걸친 비공개 면담 결과에 대해 “튼튼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을 이루기 위한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는 내용의 네 문장짜리 서면 브리핑만 내놓았다. 통일부 또한 조 장관과 비건 특별대표 간 면담 결과로 “최근 남북관계 현황 및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발표했다.

이 때문인지 미국은 워킹그룹 구성 합의를 이날 일방 발표했다. 양국 간 합의 결과는 통상 양국 정부가 동시에 발표하는 외교 관례에서 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한·미 간 의견 차가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거에도 한·미 양국에서는 정상 간 통화나 회의, 정부 간 회의에 대해 수시로 다른 얘기가 나온 바 있다. 지난 8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간 통화에 대해 미 국무부는 “(양 장관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계속 전념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외교부는 “굳건한 한·미 공조를 계속 확고히 해 나간다는 미 측 입장을 재확인했다”고만 했다. 9월 초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전화 통화에 대해서도 백악관은 “북한의 FFVD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 중인 노력을 포함해 한반도를 둘러싸고 최근 진행된 국면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반면, 청와대는 ‘FFVD’라는 표현을 아예 쓰지 않았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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