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앞줄 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스티븐 비건(〃 왼쪽)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0일 청와대 정원을 산책하면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의용(앞줄 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스티븐 비건(〃 왼쪽)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0일 청와대 정원을 산책하면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워킹그룹’ 설치 배경·의미

文정부 일방 경협드라이브에
美 내용조율 필요성 느낀 듯

비건 방한중 주요인사 면담
“대북제재 충분한 논의해야”

靑은 “양국 긴밀대화” 라지만
韓·美간 의견차이 드러난 셈


한·미 간에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협력을 위해 새로운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 협력 드라이브에 대한 속도 조절 및 내용 조율 필요성을 느끼는 미 정부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남북 간에 인원·물자 교류가 올해 들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제재 면제 요청 방식 등에 대해 미국에서 정리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것이다.

미 국무부는 30일(현지시간) 워킹그룹 구성을 발표하면서 그 취지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노력·제재 이행 수준을 함께 관찰하는 것과 유엔 제재와 합치하는 남북 간 협력에 대한 긴밀한 조율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강조점은 후자에 더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에 대해 미국이 제재 준수 관점에서 확실하게 의견을 밝히고 견제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그동안 진행된 남북 교류 등에 대해 미국이 확실한 모니터링을 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워킹그룹 구성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28일 방한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을 두루 접촉하면서 강조했던 내용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가 아직 귀국하지도 않았지만, 미 국무부가 서둘러 발표한 것은 이번 방한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성과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건 특별대표는 앞으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남북 교류 사업을 진행하기 전 대북제재 관련 논의를 하는 채널을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번에 취해진 추가 조치(워킹그룹 설치)는 비건 특별대표와 그의 팀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방한 기간 동안 청와대 인사와 통일부 장관까지 접촉한 것은 자신의 파트너인 이 본부장을 통해 대북제재와 관련해 충분한 논의를 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을 청와대, 통일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대북제재 저촉 여부와 관련해 미국 측과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는 게 미 측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미국 측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 조사, 휴전선 인근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놓고 실무그룹 성격의 전략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실무그룹 구성에 대해 한·미 간 긴밀한 대화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해 여러 군데서 의견이 오갔기 때문에 창구를 단일화하자는 데 한·미 간의 의견이 일치한 것”이라며 “앞으로 더 긴밀히 협의하면서 남북 교류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의 발표가 나왔는데도 외교부가 곧바로 워킹그룹 구성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데 대해 한·미 간의 의견 차가 여전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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