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정부 일방 경협드라이브에
美 내용조율 필요성 느낀 듯
비건 방한중 주요인사 면담
“대북제재 충분한 논의해야”
靑은 “양국 긴밀대화” 라지만
韓·美간 의견차이 드러난 셈
한·미 간에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협력을 위해 새로운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 협력 드라이브에 대한 속도 조절 및 내용 조율 필요성을 느끼는 미 정부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남북 간에 인원·물자 교류가 올해 들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제재 면제 요청 방식 등에 대해 미국에서 정리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것이다.
미 국무부는 30일(현지시간) 워킹그룹 구성을 발표하면서 그 취지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노력·제재 이행 수준을 함께 관찰하는 것과 유엔 제재와 합치하는 남북 간 협력에 대한 긴밀한 조율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강조점은 후자에 더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에 대해 미국이 제재 준수 관점에서 확실하게 의견을 밝히고 견제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그동안 진행된 남북 교류 등에 대해 미국이 확실한 모니터링을 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워킹그룹 구성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28일 방한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을 두루 접촉하면서 강조했던 내용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가 아직 귀국하지도 않았지만, 미 국무부가 서둘러 발표한 것은 이번 방한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성과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건 특별대표는 앞으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남북 교류 사업을 진행하기 전 대북제재 관련 논의를 하는 채널을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번에 취해진 추가 조치(워킹그룹 설치)는 비건 특별대표와 그의 팀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방한 기간 동안 청와대 인사와 통일부 장관까지 접촉한 것은 자신의 파트너인 이 본부장을 통해 대북제재와 관련해 충분한 논의를 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을 청와대, 통일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대북제재 저촉 여부와 관련해 미국 측과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는 게 미 측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미국 측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 조사, 휴전선 인근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놓고 실무그룹 성격의 전략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실무그룹 구성에 대해 한·미 간 긴밀한 대화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해 여러 군데서 의견이 오갔기 때문에 창구를 단일화하자는 데 한·미 간의 의견이 일치한 것”이라며 “앞으로 더 긴밀히 협의하면서 남북 교류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의 발표가 나왔는데도 외교부가 곧바로 워킹그룹 구성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데 대해 한·미 간의 의견 차가 여전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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