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대한민국헌법상 일본 식민지배가 불법이므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신일철주금은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 배상책임이 있다고 했다.(다수의견 11, 반대 2) 국민 대다수가 이번 판결을 환영하고 있지만, 이 판결은 국제법에 위반될 여지가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일 양국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불법인지와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고, 식민지배의 불법성 여부는 한국이든 일본이든 일방 국가의 헌법이 아니라, 그 당시 국제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1965년 한·일은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음을 상호 명확하게 확인한 상태에서 일괄보상조약인 청구권협정을 체결했다. 따라서 일본 식민지배가 불법인지 여부와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금의 대가관계 여부는 청구권협정 해석과 전혀 관련이 없다.
청구권협정에는 제2조 2에 규정된 예외사항을 제외하고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평화협정 제4조(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해 국가와 국가, 국민과 국가, 국민과 국민 간 ‘모든 청구권’이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되고 어떤 청구도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처럼 한·일 양국은 제2조 2의 예외사항 외에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돼 어떤 청구도 할 수 없는 청구권의 범위에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고 ‘모든 청구권’이라고 합의했다.
그런데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은 제2조 2의 예외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청구권’에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도 포함된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 조약 해석에 관한 국제관습법과 이를 반영한 조약 법에 관한 빈(비엔나)협약상 해석 원칙에 따르면, 이와 반대되는 해석은 불가능하다.
또한, 청구권협정은 한국 정부가 한국인 피해자를 위해 일본을 상대로 이미 외교적 보호권을 적극 행사한 결과이지 포기한 게 아니다. 이미 행사했으므로 다시 행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고들과 같은 강제동원 피해자는 누구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가? 청구권협정은 일본으로부터 받을 자금으로 한국 정부가 한국인 피해자에게 보상한다는 것을 전제했다. 실제로 정부는 청구권협정 이후부터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의 청구권이 부당하게 소멸된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할 주체가 일본 정부나 국민(기업 포함)에서 한국 정부로 바뀐 것이다. 아직 한국 정부로부터 보상받지 못한 피해자가 있다면 우리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 국제사법재판소도 2012년 독일 대 이탈리아 사건에서 일괄보상조약을 설명하며 개인 피해자는 피청구국을 상대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했다.
요약하면,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 여부나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금의 대가관계 여부와 상관없이, 청구권협정으로 인해 강제동원 피해자는 일본 측을 상대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고, 피해자 보상은 한국 정부가 해야 한다. 이를 부정한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에 위배되는지 한·일 간 입장이 다르면 국제법 분쟁이 되므로, 국제사법재판소든 청구권협정에 따른 국제중재위원회든 국제법정에서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판결이 국제법에 합치된다고 확신하면, 국제법정에서 다퉈 이기면 된다. 승소 가능성이 작다고 분쟁 해결을 회피하면 국제사회에서 신뢰도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은 국제법 분쟁의 도화선이란 점에서 끝이 아닌 시작이다. 정부의 현명한 대처를 바랄 뿐이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