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택 시흥시장

소외된 이웃의 고민을 해결하는 ‘마음 나누기 우편함’, 스마트폰 몰입 예방을 위한 ‘가족 보드게임 대회’, 유휴 공간을 활용한 청소년 소통공간 ‘휴카페’. 모두 시민이 기획, 제안한 시흥시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민이 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는 ‘주민 참여 예산제’는 지난 2011년부터 의무화됐다. 지방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전국으로 확산한 대표적 지방자치 모범 사례다. 이렇게 고정관념을 탈피한 창의적 사고는 지방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지방의 역량을 의심하며 상명하달식 행정을 정당화하고 있다.

사람마다 맞는 옷이 다르다. 단일한 기준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지역 일은 지역과 주민이 가장 잘 안다. ‘지방 정부’에 권한과 책임을 주어야 하는 이유다.

시대적으로도 자치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과제다. 선진국들은 법을 바꿔 지방에 권한을 주고 있다. 철저한 분권 국가인 스위스는 1948년 이후 150여 차례, 독일은 1949년 이후 60여 차례 개헌했고, 프랑스는 2003년 개헌으로 강력한 지방자치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중앙집권적 사고가 여전히 헌법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자치 입법권과 자주 재정권 등을 보장하도록 헌법을 개정해 지방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 권한 강화가 시급하다. 지난달 30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은 주민 주권 실현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주민참여권 보장, 주민 조례 발안제 도입, 주민소환·투표 청구요건 완화 등 주민 주권 개념을 명확히 했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지방에서 다시 시민에게 가는 권력 이동은 자치분권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시흥시도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시의 권한을 주민들께 돌려드리고 있다. 주민이 지역 사업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주민자치회’, 시민이 마을 현안을 해결하는 ‘동네관리소’는 풀뿌리 지역자치를 구현하고 있다. 앞으로 정책 입안 단계에서부터 시민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시민참여형 정책기획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뿌리가 튼튼하면 풍파에 쉽게 요동치지 않는다. 지방이 튼튼해야 나라가 굳건하다는 말이다. 자치와 분권이 넘실대는 나라, 시민이 주인으로 우뚝 서는 나라가 눈앞에 와 있다. 또다시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깨어있는 시민들은 행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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