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생명의 탄생 / J. 크레이그 벤터 지음, 김명주 옮김 / 바다출판사

“인류는 진화의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인간 유전체 지도를 완성한 미국 유전학자 J 크레이그 벤터는 이렇게 단언한다. 그가 인류 진화의 새로운 단계라고 단언하는 근거는 ‘합성 생명’이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2010년 미코플라스마 미코이테스라는 세균의 유전체를 인공적으로 합성한 후 다른 종의 세균에 이식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전체의 합성을 통해 새로운 합성생명을 만든 것이다.

흔히 ‘인공생명(artificial life)’이라고 하면 1990년대 컴퓨터 과학계에서 제시한 개념을 떠올린다. 컴퓨터 가상 환경에서 유기체 생명처럼 자유롭게 진화하는 시스템을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벤터가 말하는 합성생명(synthetic life)은 디지털 인공생명과 달리 디지털 세계에 있지 않다. 생물학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합성생명, 합성된 암호문에 기반을 두고 자기 복제를 하는 생명이다. 이는 올바른 DNA 부호를 올바른 순서로 올바른 화학적 맥락에 넣으면 현존하는 생명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는 합성 생물을 창조함으로써 생물학을 정보학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고, 정보를 빛의 속도로 전송할 수 있듯이 생명 역시 빛의 속도로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화성에 DNA 기반의 생명체가 있다면 화성 탐사선이 이 생명체의 유전체 서열을 획득해 정보를 지구에 전송하면, 지구에서 그 유전체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DNA는 디지털 정보로서 컴퓨터의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될 뿐 아니라, 전자기파의 형태로 생물학적 순간 이동기(teleporter)를 통해 빛의 속도 혹은 그에 가까운 속도로 전송되어 먼 장소에서 단백질, 바이러스, 살아 있는 세포들을 재창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공상과학 소설에 나올 것 같은 이야기지만 그는 이 같은 합성 생명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신체적, 인지적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책에서 저자는 합성유전체학이 걸어온 길을 설명하고, 그 작업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광범위하게 설명한다. 빠르게 달려가는 새로운 기술이 인류에게 어떤 삶을 안겨줄 것인가에 대한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는 지금, 분명한 것은 어떤 발전, 발견이 이뤄지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아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눈을 열게 해줄 흥미로운 저작이다. 336쪽, 정가 1만8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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