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1969년 유행가 중에 ‘나쁜 달이 떠오르며, 어수선한 세상이 찾아온다. 땅이 흔들리고, 번개 치니… 강물이 넘쳐 흐르고, 분노와 파괴의 소리가 들려온다’ 하는 노랫말이 있다. 다소 섬찟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그럴듯하게 그리고 있다. 그것도 50년 전에.

미국이 돌아오고, 영국이 되찾으며, 일본이 되새기고, 프랑스가 되돌리며, 중국이 쫓아오고, 러시아가 떠오르는데, 석탄도 갈탄도 마땅찮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묻지 마 탈원전(脫原電)을 밀어붙이고, 뒤죽박죽 신재생은 방방곡곡을 헤집고 있다. 심지어 현 정부가 지향했던 대만마저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 회귀를 저울질하는데. 그간 탈핵을 외치고 환경을 살피던 운동가들 상당수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에너지 정책을 쥐락펴락하는 것을 보면 개탄스럽다.

재생에너지를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신에너지를 찾지 말자는 게 아니다. 하고 찾되 바르게 하고 제대로 찾자는 얘기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원자력에 대한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원전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도 싫든 좋든 원전만은 우리가 버릴 수 없다. 달리 버팀목이 없어서다. 더욱이 모두가 꿈꾸는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선.

정부가 전북 새만금 일대에 원전 4기에 버금가는 초대형 태양광·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지역에선 정부가 주민도 모르게 정책을 추진했다며 태양광 반대 시위를 했다. 가위 충격적인 일로, 대통령이 분명한 견해를 밝혀야 할 것이다. 지역 의견 수렴 절차는 완전히 뭉개졌다. 새만금위원회 등을 거치지도 않고 사업계획을 바꾼 건 명백히 절차적 문제의 소지가 있다. 제멋대로 정책을 추진하는 현 정부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맹신과 신재생 공약에 집착하는 게 분명하다. 불법적인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만큼이나 정권 교체 후 전전(前前) 정부 4대강 사업과 비슷한 모습이 될까 걱정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공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올해부터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에 지급해야 할 보조금은 현 정부 들어 48조 원에서 80조 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모두 한국전력이 부담해야 한다.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정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또한 보급 전에 반드시 짚어봐야 할 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러한 기본 전제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재생에너지 3020’을 밀어붙이고 있다. 출고가가 불확실한데 선투자만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시장은 거품과 함께 꺼지고 말 것이다.

신재생은 기술이 좋아지고, 단가가 떨어져도 화력이나 원전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따를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전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신재생만으로 수요를 메울 수는 없다. 화력과 원전이 밑을 받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독일은 갈탄에서, 미국은 가스와 원전에서, 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는 원전에서 답을 찾고 있다. 우리는 신재생에, 그리고 북한을 가로질러 오는 러시아 송유관에 국운을 걸 것인가?

화석은 탄소 포집으로, 원전은 부하 추종으로 다시 태어나 저장장치와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신재생에너지를 뒷받침할 수 있다면 얽히고설킨 삼각함수가 삼위일체로 뭉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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