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이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함으로써 판례가 바뀌었다. 이제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주장하며 병역을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게 된 데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입법하라는 병역법 관련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영향을 미친 점도 있을 것이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했지만, 국회는 아직 대체복무제를 입법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 거부와 대체복무제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에서 판결했다. 그러나 이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로부터 나오는 병역의무를 간과하고 있다. 헌법은 국민에게 법률에 따른 국방의 의무를 지우고, 이에 따라 병역법이 병역의무를 규정함으로써 병역의무는 헌법상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처럼 병역의무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독일은 양심에 반하는 집총병역을 강제할 수 없다고 명문화했다. 독일은 기본권 규정을 신설해 대체복무제를 명시하고, 국가 비상사태 때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민간 부분에 복무토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양심적 병역 거부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게 아니라, 대체복무를 통해 병역의무를 이행토록 해 병역의무자와 대체복무자 간 형평성을 꾀했다.
독일의 입법 태도는 병역의무와 무관하게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게 아니라, 대체복무를 전제로 해서 인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모든 국가가 헌법에 대체복무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독일처럼 헌법에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를 명문화하고 있는 것은 법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런 독일의 입법 상황을 볼 때, 대법원이 병역의 의무를 고려하지 않고 양심적 병역 거부와 대체복무제가 별개라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사전적으로 ‘병역·집총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절대악이라 확신하여 거부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있어서 핵심은 집총 거부다. 양심을 밖으로 표출하는 자유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며, 최대한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국민은 누구든지 양심의 자유를 보장받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제한할 수 있다. 그리고 병역의무는 헌법이 해당 국민에게 이행을 요구하는 의무다.
국민에게 부과된 헌법상 의무라고 해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예외적으로 의무를 면제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상 의무는 거부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병역의무를 근간으로 징병제를 운용하고 있다. 국민의 헌법상 의무는 평등 원칙에 따라 부과된다.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는 서로 대응하는 권리와 의무 관계가 아니다. 물론 양심적 병역 거부에서 병역의무를 분리해 의무를 무조건 이행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이 병역의무를 거부할 정도로 정당한지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가 병역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돼선 안 된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것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줘서도 안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는 병역의무에 상응하는 대체복무를 부과해야 한다. 헌재의 결정으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미룰 수가 없게 됐다. 그런데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는 것은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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