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오른쪽 세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동연(오른쪽 세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① 非正常 성장 진단

최저임금 16.4% 대폭 인상에
예산 17兆 더 썼지만‘고용참사’

하위가계 月소득 7.6% 감소로
소득격차 1년전比 0.5배 늘어

분배개선·성장률 높이기 실패
유사정책 편 나라 대부분 파탄


‘비정상(非正常) 성장에서 정상(正常) 성장으로!’

2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확대’와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웠지만, 1년 6개월간의 실험 결과는 참혹했다. 최저임금을 올해 16.4%, 내년 10.9%나 대폭 올리고, 일자리를 위한 재정 투입도 애초 편성된 예산보다 적어도 17조 원 이상 더 퍼부었지만,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커지기는커녕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31만6000명이었던 월평균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1∼9월 10만400명으로 급감했다. 그나마 올해 4분기에는 취업자 증가 폭이 더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경제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맞은 최악의 ‘고용 지옥(地獄)’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고용 불황으로 가계, 특히 저(低)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의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월평균 132만5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 줄었다. 소득 하위 20∼40%(2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280만2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 줄었다. 반면 소득 상위 가계의 소득은 많이 증가하면서, 올해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은 5.23배로 1년 전(4.73배)보다 0.50배 상승했다. 2008년 2분기(5.24배) 이후 10년 만에 최악으로 빈부 격차가 확대됐다는 얘기다.

돈을 퍼부은 게 경제성장에 보탬이 됐을까.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1월)→2.9%(7월)→2.7%(10월)로 계속 낮췄다. 결과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은 분배를 개선하는 데도 실패했고, 성장률을 높이는 데도 실패했다. ‘소득주도(主導)성장’이 아니고 ‘소득망조(亡兆) 성장’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이유다.

학계에서는 소득주도 성장 자체가 정책상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주도 성장은 ‘저소득층 소득 증가→소비 증가→성장 촉진’의 선(善)순환을 가정한다. 이를 앞세워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고, 천문학적인 세금(재정)을 퍼부어 인위적인 일자리 창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왜곡 현상만 불러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이 늘자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저소득층 직원을 대규모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소득이 줄어드는, 정책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빈대(최저임금) 잡으려다 초가삼간(일자리) 태운 격’이다. 저소득층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資産)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자리 상실이 소득 급감으로 직결됐다. ‘소득감소(減少)’ 성장이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소득주도 성장과 유사하게 국민 세금으로 복지 등을 늘려 소득을 확대하는 정책을 써온 나라 대부분이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파탄(破綻)을 맞고 있다.

더욱이 내수(內需)를 중시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자급자족이 가능할 정도로 자원도 많고 내수 시장이 큰 나라에서 그나마 적용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인구 약 5180만 명, 면적 약 10만㎢에 불과하고 도시 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외 의존도(수출입 의존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는 것은 무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학자 대다수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비정상 성장에서 ‘혁신에 기반을 둔 기업의 투자 확대→성장 촉진→분배 개선’의 정상 성장으로 경제 운용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자 중심의 성장 정책을 추진하면서, 빈부 격차 확대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해 성장을 유도하되,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빈부 격차 해소 등 고도 성장기에 소홀했던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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