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에 터진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은 큰 숙제를 던져줬다.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만연했던 비리였다. 이번에는 달라질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장관은 “우리 아이들 공교육의 출발선”을 강조하며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거듭 다짐하고 있다. 유 장관이 해결책이라고 발표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이 시행되면 과연 문제는 다 해결될 수 있을까. 불행히도 ‘10·25 및 10·30 대책’은 사태의 끝이 아니라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다. 당장 발등의 불이 급하니 불법적인 폐원 강행을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해 압박한다고, 원장의 쌈짓돈으로 이용된 국가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교육목적 외 사용 시 엄벌에 처한다고,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2020년부터 모두 적용한다고 비리가 일거에 사라진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유치원보다 회계 감시가 더 체계화돼 있다는 어린이집 역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이 만연해 있다. 또 하나의 예고된 시한폭탄이다.
비리를 엄벌하는 만큼이나 비리가 발생할 소지를 없애고 법망을 피해 비리 행위가 옮겨 다닐 수 있는 시스템 자체의 대수술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처럼 영유아 돌봄과 교육이 따로 가고, 정부 지원금이 비슷하지만 다른 일을 하는 어린이집(0∼5세)과 유치원(3∼5세)으로 나뉘어 복잡하게 섞여 있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관할영역을 앞세워 힘겨루기를 하는 이분법적 다층구조가 지속되는 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는다. 사실 기이한 한국형 영유아 교육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은 역대 정부이니만큼 근본대책을 서둘러 제시할 의무 역시 정부의 몫이다. 전두환 정부가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에 따라 시설조건을 완화한 뒤 무자격 원장 논란이 일자 김영삼 정부는 무분별한 양성화로 해결책을 찾았다. 이 탓에 유치원은 비영리 교육기관이 아닌 이익 추구 사업체로 변형됐다. 어린이 수는 곧 돈벌이 척도가 됐다. 교육기관을 사고파는 일이 벌어졌고, 권리금도 오갔다. 노무현 정부 때 취학 전 1년간 유아교육이 무상교육이 되고, 이명박 정부 때는 취학 전 3년간으로 확대돼 누리과정지원금 정책이 전면 시행된 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의 이원화 구조는 돌이킬 수 없게 고착화됐다.
이렇게 어려울 때마다 정부가 나서 사립에 손을 벌려놓고 문제가 커지자 ‘사립=악(惡), 국공립=선(善)’이라는 식의 이분법으로만 접근하면 근본해결에 다가갈 수 없다. 국공립 비율 40%를 달성해도 60% 사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쯤 되면 정부는 복잡한 수식계산에 매달리는 대신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유보통합’ 실행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유보통합은 1997년 김영삼 정부 때 필요성이 제기된 뒤 이해 갈등 때문에 2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고교 무상교육보다 더 시급한 과제다. 이를 토대로 교육선진국처럼 의무교육 대상을 현재 초등학교에서 3세로 낮추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립과 국공립의 공존을 통해 국가가 체계적으로 영유아교육을 시행하자는 얘기다. 교육부와 복지부가 이제 관할권 다툼을 중단하고, 국가 대계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짜내야 한다.
jup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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