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의 질(質)은 좋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고용참사와 고용정책 비판에 줄곧 대응해온 논리다. 문 대통령도 “고용보험 가입자 수에서 확인되듯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홍보를 적극 주문했다. 그러나 허언(虛言)이었음이 정부 통계로도 속속 입증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상용직 채용은 고용의 질을 가늠케 하는 상징적 잣대다. 통계청 집계로는 8월 기준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의 정규직이 1년 전보다 2만9000명 증가한 사이, 비정규직은 3만9000명으로 더 늘었다. 비정규직 증가 폭도, 비정규직이 더 많이 는 것도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2012∼2017년 기간 정규직 32만9000명, 비정규직 2만7000명이 각각 증가하며 정규직 위주의 고용 증가 흐름을 이어왔으나, 문 정부 들어 반전한 것이다. 5∼299인 사업장에선 정규직이 1년 새 아예 6000명 줄었다.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비정규직 비중도 33%로 6년 만에 최고였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월평균 임금 차 또한 지난해 128만2000원에서 136만5000원으로 더 벌어졌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선 대기업이 1년 이상 고용하는 상용직 신규 채용을 작년보다 600여 명 줄였다. 모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정의인 양 몰아붙인 이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공공 부문에서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은 더 기막히다. 문 정부의 정규직화 드라이브로 공공 부문 비정규직은 빠른 속도로 고용 신분을 높여 왔다. 그 여파로 국민 부담은 커졌고, 고용세습 비리 의혹도 쏟아졌다. 하지만 8월 공공 부문 비정규직은 33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3000명 늘었다. 월 200만 원 미만 단순노무·임시일용직 근로자는 1년 새 4만5000명 불어났다. 늘어난 인건비 여파든, 일자리 성적표용(用)이든 문 정부의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는 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등 반(反)시장 실험으로 고용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노동개혁으로 고용 유연성을 보장해줘야 기업이 정규직 채용에 적극 나설 텐데, 정부는 친(親)노동 정책으로 경직성을 키우는 역행(逆行)을 해왔다. 수출 증가에도 국내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기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장도, 일자리도, 중간재 조달도 해외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야 외상은 물론 내상(內傷)까지 겹친 고용 재난을 벗어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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