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사 면접때 ‘동의’여부 물어
큰 부담 없이도 ‘나누는 기쁨’
학원비 부담되는 아이들 위해
장학제도·할인제도 통해 도움
160여 회원사도 자발적 참여
‘필아트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필아트의 모든 직원은 1대 1 결연을 맺어 결연 아동을 후원합니다. 필아트에 신규직원이 한 명 늘 때마다 필아트에서 후원하는 아동이 한 명씩 늘어나는 필아트만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나가기 위한 문화입니다. 필아트만의 나눔 문화 실천에 동의하십니까?’ 아동미술교육 프랜차이즈인 필아트에듀와 미술재료 쇼핑몰 ㈜오늘에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은 입사 면접 질문지 마지막에 붙은 이 같은 문구를 접한다. ‘소중한 인연을 이어나가기 위한 동의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나눔 실천에 나선 회사 측이 새내기 직원들에게도 아동을 보듬고 나누는 기쁨의 가치를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도입한 캠페인이다. 후원금액은 월 3만 원인데 회사에서 절반을 지원한다. 많은 직원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보람을 찾을 수 있어 다들 흔쾌히 뜻을 같이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필아트에듀·㈜오늘은 학원비에 부담을 느끼는 아동에 대해서는 바우처 제도, 장학제도, 할인제도 혜택을 적용한다. 재료비만 내고 수강료를 받지 않는 등의 방법을 통해 도움을 준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꿈과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 데 따른 것이다. 전국적으로 두고 있는 160여 개 프랜차이즈 회원사(미술학원)에도 이런 제도를 안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독려한다. 물론 강요할 수는 없고, 원장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다. 대신 수업료를 100% 감액해 주지는 않는다. 일부의 ‘공짜의식’으로 인해 오히려 출석률이 떨어지고 수업에 소홀해지는 현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미술에 재능있는 아동들을 위해 살가운 도움을 기획하고 주변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는 주인공은 이혜진(40) 필아트에듀·㈜오늘 대표다. 이 대표에게 아동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펴게 된 배경을 들었다.
“현대사회에서 미술은 미래가 원하는 창조적인 인간상을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부분이죠. 저는 기업인이기도 하지만 교육인으로 사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단순한 입시 미술이 아니라 창의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항상 다짐하고 있어요. 우리 회사의 기업 철학이기도 하고요. 회원사들에 어떻게 돈을 버는 게 가치가 있는지, 일을 잘하고 돈을 많이 벌어 예쁜 마음으로 우리들의 손이 미처 닿지 못한 곳을 어루만지면 어떻게 한 아이가 착하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지를 설득하고 토론합니다. 후원금을 통한 세금감면 등도 강의해서 어린이재단 후원에 동참하도록 마음을 모으고 있죠.”
이런 노력은 놀라운 결과로 연결되기도 했다. SNS 단체대화방에서 하룻밤 사이에만 80여 명의 회원사 원장들이 릴레이 후원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그날 느낀 감동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고향인 경기 동두천에서 의정부로 회사를 옮긴 후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 북부지역본부 ‘의정부 사랑 아이 사랑 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지역 아동 돕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으니 자녀들도 반듯하게 자랄 수밖에 없다. 두 자녀 모두 첫 돌 때부터 결연 아동을 후원하도록 신경을 썼다. 우리 아이와 함께 자라나는 다른 아이도 올곧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경제교육을 통해 가치 있게 돈을 벌고 쓰는 행동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하니 부모에 대한 공경심도 한층 커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현재 자라나는 아이들이 예전보다 훨씬 경제적, 물질적, 정신적으로는 여건이 좋은 건 사실”이라며 “자녀들이 이에 대해 부모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세상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동과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이 대표의 따뜻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작은 사례. 이 대표와 직원들은 ‘선생님의 선생님 ○○○’이란 보기 드문 명찰을 달고 있다. 이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원장 교육, 세무회계, 고객만족(CS) 상담, 프로그램 운영, 아이 교육 실습, 상담실습, 모의수업 등 토털 솔루션과 마케팅을 제공하는 회사의 특성을 반영해 회원사들의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더불어 나누고 성장하자는 뜻을 함축했다.
이 대표의 회사는 성장세다. 지난 2008년 미술학원으로 첫발을 디딘 후 2013년에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R&D)했고 이를 토대로 회원사를 모집해 프랜차이즈로 전환했다. 그는 “미술학원을 하면서 아이들이 미술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통합교육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를 통해 미술을 처음 접한 후 미술관 등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웠다. 곧 미술대회 대상을 받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는 농사를 지으면서 시를 쓰는 부친의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은 셈이다. 부친이 항상 강조해온 ‘부모가 덕을 쌓아야 아이가 잘된다’는 가르침도 그의 선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저희 회원사에서 수강하는 학생이 1만여 명을 넘었습니다. 앞으로 이익을 더 거두더라도 가치 있게 쓰고 싶어요. 보이지 않는 곳을 볼 수 있게 하는 창조적인 아이들을 키우고 세상을 이끄는 리더로 만드는 게 목표예요. 예컨대 말을 타던 시대에는 가장 빠른 말을 원하지만, 자동차를 생각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창조적인 사람은 말을 타면서도 자동차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창조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미술인의 위상도 자연스럽게 더 올라가겠죠.”
선생님의 선생님이란 발상을 실천에 옮긴 이의 재기(才氣), 사회에 대한 온정의 시선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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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 ’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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