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층에 피해 집중
수사·재판 가이드라인 필요


‘그루밍 성폭력’ 피해는 주로 저연령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성폭력보다 피해 기간이 긴 편이고, 아동·청소년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시민단체 탁틴내일에서 운영하는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간 이곳에 의뢰된 20세 미만의 성폭력 피해자 사례 78건 중 그루밍에 의한 성폭력 사례가 34건으로 43.9%를 차지했다. 미성년자에 가해지는 성폭력 중 절반 가까이가 그루밍의 형태를 보인 것이다.

그루밍 피해는 유독 더 낮은 연령대에 집중됐다. 20세 미만 전체 피해자 그룹에서 14∼16세 피해자는 34.8%였지만, 그루밍 피해자 그룹만 따졌을 때 이 비율은 44.1%로 더 늘어났다. 또 10세 이하 피해자의 비중도 전체 그룹에서는 6.5%인 데 비해 그루밍 그룹에서는 14.7%에 달했다.

신뢰 관계를 악용해 피해자의 입을 막는 그루밍의 특성상 피해 기간도 일반 성폭행에 비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피해자 그룹에서는 1∼3년간 피해를 입은 사례가 2순위로, 1순위인 1회 피해자에 이어 20.5%를 차지했으나 그루밍 그룹에서는 1∼3년 피해자가 1순위로 44.1%를 차지했다. 4∼6년간 장기적인 피해를 입은 사례도 전체 피해자 중에서는 12.8%였지만, 그루밍 피해자 그룹에서는 23.6%로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해외에서는 아동과 청소년 대상의 성범죄를 판단할 때 그루밍의 특성과 위험성을 고려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법적으로 성적 그루밍 행위를 새로운 범죄로 포함하고 있으며, 성폭력이 일어났는지 아닌지를 불문하고 성행위를 할 목적으로 16세 이하의 청소년을 접촉하거나 만나려고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처벌한다. 미국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아동에게 선물이나 돈을 주는 행위, 연령에 적절하지 않은 성적인 대화 등을 그루밍 성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우리 현실에 맞게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고려할 그루밍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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