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력시되는 홍남기(오른쪽 사진) 국무조정실장이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앞서 8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김동연(왼쪽 사진) 경제부총리가 들어서고 있다.
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력시되는 홍남기(오른쪽 사진) 국무조정실장이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앞서 8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김동연(왼쪽 사진) 경제부총리가 들어서고 있다.
- 김동연-장하성 교체 의미

靑 “경제팀 의사소통 미흡
정책 결정 과정 시간걸렸다”

당선후부터 함께 한 홍남기
문재인 정책 설계자 김수현
코드맞는 인사들 투톱 내정

소득성장 기조 유지 가능성
“시장·재계 요구 외면”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정책실장에 김수현 사회수석을 각각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경제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에서는 경제사령탑의 팀워크 강화 차원의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분야 대표적 영입 인사였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물러나면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지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인사 배경에 대해 “경제팀 인사가 고려됐던 것은 김 부총리나 장 실장을 문책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원 팀’을 이뤄서 일을 더 잘하겠다는 고민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팀 내부에 의사소통 과정이 원활치 못했던 점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정례 회동을 만드는 등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책 수립과 조율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지난해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을 발탁하면서 “경제 분야에서는 유능함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며 “생각이 조금 다른 것이 서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1년 6개월 동안 엇박자와 불협화음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 교체를 동시에 발표하면서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새로운 경제사령탑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은 내부에서 검증된 이들이다. 홍 실장은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지 이틀째인 지난해 5월 11일 임명돼 일해 왔고, 김 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으며 대선 캠프에서도 주요 정책을 만들었다.

김 수석은 초대 정책실장으로 가장 유력했으나 부동산·환경 정책을 전담하겠다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회수석을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과 청와대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아는 인사들을 중책에 기용한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경제사령탑의 소통과 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확보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과 재계의 요구와 기대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 정책 기조가 변함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경제사령탑 교체가 거론되면서 시장과 재계는 경제 정책 기조 변화의 시그널을 보여주지 않겠냐는 기대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기존 경제 정책이 조만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외부 영입보다는 코드가 확실히 맞는 인사들을 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정책 수립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바뀌면서 앞으로 주요 정책 의사 결정 방식 등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이 총리와 호흡을 맞추던 홍 실장이 부총리로 가게 되면 내각에서 이 총리의 존재감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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