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 정치부 부장

‘실체 없음’으로 결론 난 ‘내란 음모’ ‘친위 쿠데타’라는 유령이 우리 사회와 병영을 배회하며 불안과 공포극을 펼친 지 9일로 무려 8개월째다. 무소불위의 적폐청산 가면을 쓰고 기세등등했던 정체불명의 유령이 진실 앞에 꼬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7월 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무사 계엄 관련 문건 폭로로 본격화한 ‘촛불정국 친위쿠데타’ 수사 4개월 전인 지난 3월 8일.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가 2016년 11월 수도방위사령부가 작성한 ‘시위집회 대비계획’ 대외비 문건을 흔들며, 내란예비음모이자 친위쿠데타 증거라며 군 적폐몰이 쿠데타 공포극의 서막을 알렸다. 군인권센터는 문건 작성 당시 수방사령관이던 구흥모 현 육군 참모차장을 내란예비죄로 고발했다. 국방부 감찰실은 ‘관련 법령 지침 계획에 의한 대응지침으로 위법성 없음’ 결론을 내려 쿠데타 음모 조작극은 미수에 그쳤지만, 합수단에 의해 최종적으로 무혐의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지난 7월 11일 출범한 군·검 합동수사단이 37명의 군과 검찰을 투입해 104일 동안 국방부와 육군본부, 대통령 기록관 등 90여 곳과 전직 국가안보실장, 국방장관, 육군참모총장 등 전·현직 장성 204명을 조사했다. 국방부 군비통제 검열단까지 나서 전수조사에다 전방 부대 현직 장성들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내란음모나 쿠데타 모의 등 어떤 증거나 진술도 확보하지 못해 수사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처음부터 예상된 일이다. 여·야가 개최에 합의한 이번 청문회는 내란음모극의 조작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첫째, 7월 10일 인도 순방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의 ‘독립수사단’ 구성 특별지시로 합수단이 출발하게 된 배경부터 해명해야 한다. 군 통수권자가 해외 순방 중 특별수사를 지시하는 것은 ‘임박한 국가비상사태’란 판단이 서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조치다.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보고했거나 큰 오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하극상·진실 공방으로 군의 권위를 실추시킨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계엄 실행 의지가 있다’고 국방위에서 증언한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등을 청문회에 출석시켜 진실을 밝혀야 한다.

둘째, 적폐청산이 선무당 사람 잡는 식으로 적폐만 더 양산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내란음모 제기 주역들이 청문회에 당당히 나와 그 배경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합수단의 수사 발표로 군 적폐몰이의 허구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긴 했지만, 하마터면 쿠데타 유령이 마녀사냥식 광기로 우리 사회를 집어삼킬 뻔했다.

끝으로 이번 내란 음모극으로 만신창이가 된 군심(軍心)을 추스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군이 ‘쿠데타 DNA를 가진 구제불능 집단’으로 불신받고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시대착오적 인식은 서글프다 못해 불안하기 짝이 없다. 군의 사기는 꺾였고, 군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쑥대밭이 됐다. 청문회가 군의 명예회복 계기가 돼야 한다. 군의 잘못은 단호히 꾸짖되, 부당한 매도로 군의 사기가 저하되면 국민의 불행과 재앙으로 돌아온다. 온 국민이 실체도 없는 내란음모 조작극에 속아 불안에 떠는 안보 대참사가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

csjung@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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