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度넘은 ‘지상파 챙기기’
방만경영 못 본 척 시청권 침해

민간기업 허리띠 졸라매는데
지상파 ‘신이 내린 직장’ 여전
“고비용 부담 시청자에 전가”


기형적인 고비용 구조를 고치지 않고 있는 KBS, MBC, SBS 등 지상파에 대해 정부가 또다시 특혜성 중간광고를 허용키로 하면서 시민단체와 언론학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이 내린 직장’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방송사들의 방만 경영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중간광고 도입을 밀어붙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행태를 놓고 문재인 정부의 ‘지상파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시청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시청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지상파의 뒤를 봐주기 위해 국민 여론은 아예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방통위는 지난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송광고 제도개선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매체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지상파 방송에도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시청권 침해를 이유로 중간광고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최근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관련해 실시한 국민 여론 조사에 따르면 도입 반대 의견이 60.9%로 찬성(30.1%)의 두 배 이상으로 나왔다. 또 한국신문협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 연구 결과에서도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필요성에 대해 ‘(전혀+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57.1%로 ‘(매우+어느 정도) 필요하다’(17.8%)는 응답의 3배를 넘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중간광고를 허용하며 기존에 규제를 완화해준 가상·간접광고도 이번에 추가로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방향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지상파가 이미 편법으로 중간광고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지점을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상파의 방송광고 위반 실태와 방만 경영은 이미 도를 넘은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송희경(자유한국당)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방송사별 광고 관련 규정 위반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방송사들의 방송광고 관련 법규 위반 건수는 총 668건으로, 과태료 총액은 약 70억8000만 원에 이른다. 위반 유형별로는 협찬고지(199건), 광고총량(149건), 가상광고(144건) 순이었다. 또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BS 임직원 중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비중이 60%를 넘고, 복지 포인트로 지난 3년간 329억 원을 사용하는 등 ‘새는 돈’이 적지 않았다. 또한 KBS는 수신료 징수를 위한 위탁수수료로 지난 24년간 7336억 원을 한국전력에 지급했다. 매년 수신료가 부족하다면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을 해오고 있는 KBS가 수수료로 막대한 돈을 낭비해온 것이다.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부분 민간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지상파는 이 같은 노력 없이 방만 경영을 지속하며 자꾸 더 누리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지상파 고비용 구조의 부담을 시청자에게 전가하는 중간광고를 허용해 지상파 봐주기에만 매달린다면 국가가 어떻게 움직이겠냐”고 한탄했다.

김구철·안진용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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