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채용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AI 채용은 자기소개서(자소서) 등 지원서류 평가와 면접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수집 데이터에 기초해 적정 인재 여부를 판단하는 인사 시스템이다. 지난해부터 SK, CJ, KT 등 500여 개 기업이 서류심사, 일부는 면접에서도 활용 중이다. 해당 기업 몇 곳을 취재해보니 공통점이 보였다. 첫째,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자소서 분석에 주로 쓴다. 1만 명의 자소서를 보기 위해 직원 10명이 8시간씩 1주일 동안 매달려야 하지만 AI는 개당 평균 3초, 총 8시간이면 된다.
둘째, 인간을 돕는 보조 도구다. 타사 지원 자소서와의 중복 검출, 회사 중시 평가항목이 포함된 문구를 골라 색칠해주는 하이라이팅 기능이 흥미로웠다. 관계자는 “채점위원이 종일 자소서를 읽다 보니, 늦은 오후에는 집중력과 시력 저하를 호소했었다”며 “AI 도입 후 피로도가 덜하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밝혔다. 셋째, AI 채용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한 기업에서는 인공지능이 자소서 분석 항목별로 수치 점수화한 ‘AI 성적표’를 면접관에게 참고자료로 준다. 담당자는 “최종 결정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몫”이라면서도 “당락(當落)까지 판단 가능한 AI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사정이 이러니 구직자 사이에선 AI 채용 돌파 요령이 나돈다. 지원기업의 사시(社是)에 포함된 단어를 자소서에 자주 쓰면 좋다, 목소리를 한 톤 높이고 카메라에서 시선을 피하면 안 된다, 같은 ‘카더라’ 통신이다. 취업 준비생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세태다. 우리뿐 아니다. 해외에서도 AI 채용이 구설에 오른다. 아마존은 수년간 개발하던 ‘리크루팅 AI’를 최근 폐기 처분했다. 시험 운용에서 여대 졸업자 등 여성 지원자를 자동 감점한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IT 기업 종사자 중 남성이 훨씬 더 많은 현실 등 남녀 차별적 데이터를 AI가 학습한 결과였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중국 기업은 거짓말 탐지 AI 기술로 면접 지원자의 표정, 눈동자 움직임 등 시각정보를 기록하고 답변 시 어휘 수준이나 음성의 미세한 변화까지 분석 평가해 인권 시비도 낳고 있다.
AI 채용 기업에 권한다. 반드시 AI와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가능(Co-Workable)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인간 운명을 한낱 기계에 맡기는 윤리적 갈등 때문에? 인사부원의 일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아니다. 이는 먼 훗날에 검토할 근본적 질문이다. 지금은 AI 기술의 이론적 이해가 먼저다. 인공지능은 고도화된 통계적 알고리즘에 불과하다. 엄청 많은 자료(빅데이터)에서 반복되는 경향성(패턴)을 추출해 내는 수학적 분석기법이다. 90% 확률로 이렇게 흘러갔으니 다음에도 이럴 것, 이라는 게 AI의 미래예측이다. 이런 컴퓨팅 분석이 통하는 분야는 매우 한정적이다. AI 바둑왕 알파고는 게임에서만 왕이다. AI 의사·변호사도 놀랍지만, 아직 초보다. 방대한 법조문과 판례를 기계가 깔끔하게 요점 정리해주면 법률가는 보다 논쟁적인 가치와 윤리 판단에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나머지 전문직도 마찬가지다. ‘닥치고 AI’ 식의 맹목적 질주는 위험하다. 기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별해 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no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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