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지원책 쏟아내지만
기업들은 “정부가 甲” 하소연
성과와 역효과 제대로 살펴야
히든 챔피언은 시장이 만든다
1500개 독일 强小기업의 교훈
관료 탁상 정책 재탕삼탕 심각
대통령이 주재한 공정경제회의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우리에겐 정부가 갑(甲)”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의 발언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면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 관료의 입장에서는 기업을 돕고 싶었을 뿐이라고 서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을 돕는 정책이 얼마나 성과가 있는지 그리고 역효과는 없는지 항상 성찰하는 자세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글로벌 강소기업 200개 지원정책을 내놓았다. 2011년에는 지식경제부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히든 챔피언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언제까지 정부는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반복할 것인가?
히든 챔피언은 국가가 아니라 시장이 만드는 것이다. 히든 챔피언과 성격이 다른 국가 챔피언은 프랑스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시장 경쟁이 아닌 국가의 지원과 보호를 통해 국가대표 거대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 챔피언은 인지도가 낮은 반면, 히든 챔피언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성공 모델이다. 사실, 정부가 기업을 육성 관리하려는 시도가 애초에 잘못된 것이다. 그런 기업은 국가의 지원이 있는 동안 굴러갈 뿐이다.
히든 챔피언은 국가의 도움 여부와 무관하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고의 기술 수준을 갖추는 기업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기술적 우위는 고객이 알아보고 감탄한다. 정부보다 소비자의 평가가 더 정확하고 깐깐한 것이다. 기술 혁신은 시장을 통해 성공을 평가받는 것이며, 아무도 사지 않는 상품을 정부 평가단에 의해 최고의 성능으로 인정받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독일에 있는 약 1500개의 히든 챔피언 중에서 40%가 백년기업이다. 이들은 양차 대전과 대공황에도 살아남은 고도의 생존 능력을 보여준다. 시장에서의 생존 본능이 상품의 품질 우위를 지키도록 해주었다. 처절한 생존 본능을 가져본 적이 없는 정부 관료가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수 기업의 비결은 경쟁 기업보다 5∼6년의 기술 우위를 지키는 것이며, 경제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경쟁 기업들이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선도적 위치를 놓치게 되면 자신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
혁신 기업과 비혁신 기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기업이 혁신을 통해 시장 주도 기업이 될 수 있다. 기술 혁신이란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라, 제품의 품질을 고객 편의에 맞게 하나씩 개선해 신제품을 내놓고, 생산 공정을 조금씩 효율화해 생산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점진적인 노력이다. 혁신은 마케팅에서도 가능하다. 이케아는 제품을 단순화해 소비자들이 조립할 수 있는 가구를 판매해 성공했다. 이러한 혁신에 정부의 지원은 불필요한 것이다.
대영제국은 유럽에서 최초로 경제 영역에 자유주의를 적용해 글로벌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자유란 정부의 간섭과 개입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프랑스는 혁명을 통해 정치적 자유를 획득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상주의(重商主義)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에, 영국은 국가가 창업과 통상을 보호·지원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탈피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인 시기에 필요했던 중상주의적 국가 주도 발전 전략을 3만 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도 관행적으로 따르는 경로(經路) 의존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능력을 과신하게 되면 개입 정책이 정당화하고 관련 부처의 기구가 확대되며, 공공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조세 부담이 늘어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고용의 기회는 줄어들며 개인과 기업의 책임 의식과 창의력은 약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먼저 기업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해주고, 이것으로 충분치 않을 경우 개입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
남을 돕는 것은 항상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기업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돕겠다고 나서는 것 같다. 그렇게 하면 관료의 책상 서랍에 있던 과거의 정책이 제목을 바꾼 재탕정책으로 나오게 된다. 따라서 국회는 정부의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과정에서 혹시 허울 좋은 정책들이 되풀이되면서 혈세와 행정력이 낭비되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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