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硏, 2500명 조사

66.3% “직·간접적으로 경험”
정신적 공격·과도한 업무 順
일자리·건강 부정적 영향 커
“직장문화 개선 등 노력 필요”


“다 튀어 들어와 이 XX야. 네가 이 회사에 와서 일한 게 XX 얼마인데, 너희 다 오늘 출근 안 한 걸로 해버려.”

“너희 좋아하는 거 법으로 하는 거 해봐. X 같은 회사라고. 그런 X 것들을 데리고 일하는 내가 가슴이 터져.”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5일 공개한 사업주나 상사의 악질 폭언 제보 중 일부다. 최근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적인 갑질도 폭로돼 논란이 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물리적 폭행이 아닌 이상 폭언 등 ‘갑질’을 처벌할 근거가 없어 근로자는 무력한 상황에 놓인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근로자들이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퇴사’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이 단기적인 영향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 개인의 일과 삶에 장기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14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로 인한 영향 분석’(이경희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20~50세 근로자 2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년간(2012~2017년) 직장 내 괴롭힘 직·간접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1657명(66.3%)이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괴롭힘의 유형은 △정신적인 공격(24.7%) △과대한 요구(20.8%) △인간관계에서의 분리(16.1%) 등의 순으로, 정신적 측면의 괴롭힘 비중이 높았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해 이직한 피해자(618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피해 후 대응 행동은 △퇴직(33.8%·이하 중복 응답) △사내 동료에게 상담(27.3%) △가족이나 사외의 지인에게 상담(26.1%) △아무것도 하지 않음(21.7%) 등의 순이었다. 보고서는 “모든 유형의 대응 행동 중 ‘퇴직’이 가장 높은 응답 비율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가 일자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의 건강과 삶의 질에도 상당한 위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로 인한 영향을 조사한 결과 △분노나 불만·불안 등을 느낌(67.3%·이하 중복 응답) △일에 대한 의욕 감퇴(62.8%) △직장에서의 의사소통 감소(45.1%) △잠을 못 자게 됨(28.5%) 등으로 주로 정신적인 악영향을 호소했다.

보고서는 “객관적인 근로조건 이외에 직장 문화나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향후 근로시간 단축 제도 정착이 일하는 방식·문화·인식에 잔업이나 회식 강요 감소 등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문제도 따라서 줄어들어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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