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수사기관의 심장부인 대검찰청에서까지 점거 농성을 하기에 이르렀다. 민노총 비정규직 노조 간부 9명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 들어가 ‘불법 파견 즉각 처벌하라’는 팻말을 들고 연좌 시위를 벌이다 8시간 만에 경찰에 의해 퇴거됐다. 청사 바깥에 천막 10여 개를 설치하고 시위를 벌이던 조합원들은 정문을 막고 농성을 계속해 대검 직원들이 후문으로 퇴근했다고 한다. 법 집행기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해 기가 막힌다.

경찰은 6명을 퇴거불응죄로 긴급체포했다고 하지만, 민노총의 법치(法治) 무시 반복은 무기력한 공권력이 자초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최근 3개월 동안만 해도 민노총이 불법 점거농성을 벌인 관공서가 7개에 이른다. 그런데도 공권력은 사실상 방관함으로써 불법을 부추기다시피 해왔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북지부 간부들이 김천시장실을 지난 10월 30일부터 1박2일 불법 점거했을 당시 경찰은 민노총 앞에서 절절매는 공권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김천시가 ‘시장실 점거 등 불법 행위 중단 및 민노총 노조원 퇴거를 조치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까지 경찰은 ‘나설 일 아니다’는 식으로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

그런 행태는 지난 5일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울산지부가 경남 양산의 자동차 부품회사 진입 도로를 17시간 동안 봉쇄해 부품 납품을 막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한 사원이 ‘더 이상 납품을 못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어 결국 화물연대의 부당한 요구를 100% 수용했다’며 청와대에 ‘경찰은 불법을 자행하는 자들의 편이었다’는 청원을 올렸겠는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13일 국회에서 “많은 고민과 우려를 갖고 보고 있다”고 했으나, 이렇게 무너지는 법치를 지켜보기만 할 때가 아니다. 불법 행위는 지켜볼 대상이 아니라, 예외 없이 엄단해야 할 일이다. 방관한 공권력 책임자도 문책해야 한다. 그것은 정부의 기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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