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시작 직전에 정가 인상
사실상 할인혜택 없는‘눈속임’

세시간 동안 노트북 78% 할인
알고보니 물량은 달랑 10대뿐

직구대행社는 판매뒤 나몰라라
관련 소비자불만 1년새 32% ↑


미국의 대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光棍節) 등 ‘온라인 쇼핑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큰 폭의 할인을 해 준다는 광고를 보고 쇼핑몰을 찾아가면 제품 가격이 올라 사실상 할인 혜택을 보지 못하거나, 할인 제품도 품질이 떨어지는 부실 제품이 많아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직구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피해도 늘고 있어 온라인을 통한 쇼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소 잘 팔리지 않는 저품질 제품이 ‘특가 제품’으로 둔갑… “낚였다”= 지난 주말 가족들과 한 대형 마트를 찾은 주부 서모(39) 씨는 게 찌는 냄새와 함께 ‘킹크랩 마리당 1만 원, 선착순 판매’라는 판매원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 긴 줄을 섰다. “한 명당 4마리 이상은 팔 수 없다” “준비 물량이 얼마 안 남아 곧 마감된다”는 소리에 긴 시간 줄을 서 제품을 손에 쥐었지만,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흔히 생각하는 킹크랩이 아니라 털이 무성하고 크기도 작은 ‘베이비 킹크랩’이었던 것. 줄을 선 시간도 아깝고 “그래도 킹크랩 맛은 나겠지” 하는 생각에 제품을 구매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살을 발라내자 온통 모래가 씹혀 먹을 수가 없었다. 서 씨는 “식구들 앞에서 무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며 “심지어 판매원은 껍데기가 부드러워 된장찌개에 넣어도 된다고 말했다. 판매원은 안 먹어본 게 분명하다”고 헛웃음을 쳤다.

◇‘대대적 할인율’ 광고 이면엔 ‘정가 올려 할인 혜택 제로(0)’= 이 기간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는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대적인 할인을 해 주는 것처럼 광고하면서, 정작 행사 기간에는 광고 때보다 제품가를 높여 할인 폭이 높은 것처럼 조작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성토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 A 씨는 지난달 한 오픈마켓에서 유료 회원 멤버십에 가입하면 더 큰 할인 폭을 제공한다는 공지를 보고 평소 눈여겨봐둔 제품을 사기 위해 유료 회원에 가입했다. 그러나 막상 할인 이벤트가 시작하자 행사 시작 전날 38만5700원이었던 제품가가 하룻밤 사이 48만1180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계산해 보니 할인 쿠폰과 할인 혜택을 모두 받아도 행사 전 가격과 비슷했다. 사실상 할인 혜택이 없는 셈이었다. 그는 고객센터에 전화해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오픈마켓은 플랫폼으로, 제품 가격은 판매자가 직접 정하는 것이라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A 씨는 “속임수를 통해 고객을 유치해 소비자만 우롱하는 꼼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한 모바일 커머스 기업은 얼마 전 일정 시간 동안만 일부 상품에 대해 ‘특가’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서는 국내 대형 전자회사의 노트북이 정가보다 78% 할인된 파격적인 가격에 올랐다. 하지만 세 시간이라는 ‘타임 어택’ 시간이 무색하게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품절됐다. 물량이 단 10대에 불과했던 것. 다음 날 행사에는 유명 게임기가 정가보다 41% 할인된 가격에 등장했는데, 이 역시 물량이 30개밖에 되지 않았다. 상당수 상품의 가격도 수시로 바뀌었다. 결국 ‘미끼 상품’으로 트래픽과 회원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들어야만 했다.

◇해외 직구 안 하면 손해? ‘검은 속임수’도 빈번 =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도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B 씨는 지난 2월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드론을 구매했다. 그러나 구매 후 2개월이 지나도 ‘주문 폭주’라는 이유로 물건이 배송되지 않았다. 결국, A 씨가 주문 취소 및 환불을 요청했지만, 환불도 이뤄지지 않았다. B 씨는 해외 쇼핑몰에서 지난해 11월 면도기(79.99달러)를 주문하고 미국에 있는 배송대행지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배송대행사가 이를 받아 한국으로 보내주게 돼 있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물건이 도착하지 않았다. 배송 내역을 살펴보니 물건이 이미 한국에 도착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B 씨는 배송대행업체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대행업체에서는 물건을 찾고 있다는 답변만 한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해외 직구 반입량이 2016년 1740만 건, 지난해 2359만 건, 올해 9월까지 2266만 건 등 매년 30% 이상 증가하면서 관련 소비자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해외 직구 관련 소비자 불만은 총 8781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6637건)보다 무려 3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 등이 있는 4분기에 소비자 피해가 가장 많이 접수돼(3038건, 31.4%), 올해도 4분기에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 직구의 경우 한 번 구입 후에는 품질, 배송 문제 등이 발생해도 환불 등의 과정이 어려울 수 있어 신중히 구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영·유현진 기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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