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핵화대책委 창립대회
정세현 前통일부장관 기조강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미국이 북한 비핵화 정책과 관련해 ‘선(先) 비핵화 후(後) 관계 개선’이라는 ‘리비아 방식’으로 회귀하려는 것 같다”며 “미국이 ‘리비아 방식’을 고수한다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결국에는 미·북이 중간지점에서 (‘북핵 봉합’과 ‘북·미 수교’를 교환하는 정도로) 끝낼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대회 기조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고 “‘완전한 비핵화’가 되지 않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미래 핵’ 동결, 핵 비확산 정도에서 (북핵 사태가) 봉합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12 합의가 종래와 달리 (북한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의) ‘동시이행’ 방식으로 이뤄져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합의 이행이 미국 실무 관료 손으로 넘어가면서 (미국이) ‘북한의 선 행동’을 요구하던 지난 25년간의 인습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비참한 최후를 맞은 이후 북한은 ‘선 핵 폐기’는 반드시 ‘레짐 체인지(체제 변화)’로 이어진다는 공포를 갖게 됐는데도 미국이 ‘선 비핵화’를 관철하려 한다면 이는 북한과 1 대 1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대국주의적 사고의 발로를 넘어 그 진의가 따로 있지 않나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퇴직 후를 생각해 방위산업 시장이 확대되는 쪽으로 건의하는 백악관 참모들에 의해 대북 정책이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컨틴전시 플랜’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미국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면 남북정상회담을 최대한 빨리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선 조치’를 일부 이행하도록 설득해 6·12 합의 이행 프로세스가 시작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이은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