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객실 훈련원에서 신입 승무원들이 기내 난동 승객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교육받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객실 훈련원에서 신입 승무원들이 기내 난동 승객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교육받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탑승자들 위험에 빠트리는 重罪
괌 가던 중 행패 한국인 ‘3년刑’

中, 난동땐 ‘非문명행위자’기록
이후 출국 - 은행대출 불이익 줘
호주도‘최대 20년 징역형’가능

승객들 의식 개선 - 法개정 절실


올해 11월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항공편 안에서 미국 국적의 교포 남성 승객이 술을 달라며 승무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승무원의 경고를 받고 이내 사과했지만 이후 항공기 벽면과 장식품을 가격하는 한편 뜨거운 물을 승무원에게 붓고 주먹으로 위협하는 등의 위해 행위를 지속했다. 이에 좌석에 격리를 시켰지만 태블릿PC를 던져 안쪽 창문까지 파손시켰다. 항공사는 도착 즉시 승객을 경찰에게 인계했지만 해당 승객은 경찰 조사를 받은 후 곧바로 귀가 조치됐다.

지난해 3월 애틀랜타발 인천행 항공편에 탑승한 아일랜드 국적의 남성이 여성 객실 승무원에게 비행 내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지속하고 이에 대해 경고하자 승무원들을 위협하는 등 기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해당 승객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경찰대에 인계됐지만 그날 바로 훈방조치됐고 다음 날 다른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을 떠났다.

지난해 3월 인천발 홍콩행 항공편에 탑승한 중국 국적의 남성이 본인의 좌석이 아닌 다른 좌석에 앉아 원래 좌석을 배정받은 승객과 실랑이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승무원들이 제지하자 욕설을 내뱉고 주변 승객과 소란을 벌여 어쩔 수 없이 해당 승객을 하기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3시간 가까이 항공편의 출발이 지연됐다. 하지만 공항경찰대에 인계된 해당 승객은 훈방조치돼 다른 항공사 홍콩행 항공편으로 출국했다.


매년 항공기 안전 운항이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한 기내 난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사법기관의 미온적 대처로 기내 난동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17년 3월 기내 난동 등의 처벌 내용을 담고 있는 항공보안법이 보다 상향 개정됐지만 기내 난동 추이는 감소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적 항공기 기내에서의 불법행위는 2015년 이후 매년 400건이 넘게 발생하고 있다. 2014년에는 354건 발생했지만 2015년 460건, 2016년 455건, 2017년 438건 등 2015년 이후 평균 400건을 넘고 있다. 올해 역시 엇비슷한 추세다. 상반기에만 벌써 246건이 발생했다. 주로 폭언 등 소란 행위, 성적수치심 유발 행위, 폭행, 협박 등이다.

이와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승객들은 대부분 경찰로 인계되고 있다. 하지만 발생 건수는 매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법적 적용 가능 처벌 수위에 비해 실제 처벌 수위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시 말해 실효성이 미약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2월 베트남 하노이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음주 난동을 부려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승객은 벌금 및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해외는 이와 다르다. 미국의 경우 승무원 업무방해 혐의는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25만 달러(3억 원 상당)의 벌금에 처하는 중범죄로 취급한다. 2016년 부산발 괌행 항공기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린 한국인 치과의사에 대해 미국 법원은 징역 3년 형을 선고할 정도로 강력한 수위의 처벌을 내리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공항 등지에서 난동을 부린 자국인을 ‘비문명 행위자’ 명단에 올리고 출국이나 은행대출 등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호주의 경우에는 승무원 폭행이나 협박 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승무원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최대 20년까지 징역형을 내린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기내 난동 승객들에 대한 초동 대처 부실도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번 풀어주면 소재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외국인 승객의 경우 기내 난동 등 항공기 운항을 심대히 저해하거나 다른 승객에게 심각한 불편을 끼치는 불법행위에 대해 속지주의를 적용, 내국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한편 초기 조사 과정부터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승객들의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운항 중인 항공기 기내에서의 불법행위는 해당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크다. 게다가 승객의 기내 불법행위의 도가 지나칠 경우 항공기는 회항하거나 인근 공항으로 목적지를 변경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항공사뿐 아니라 다른 승객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내 불법행위가 항공안전에 얼마나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 및 승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법적 처벌은 물론 사법기관에서 초동 단계부터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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