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 ‘미장센의 거장’으로는 단연 이명세(사진) 감독이 꼽힌다. 연극에서 ‘무대장치’를 의미하는 미장센(mise-en scene)은 영화에서 한 프레임에 담기는 배우의 연기, 세트, 조명 등 보여지는 요소를 감각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감독은 작품마다 감각적인 비주얼을 선보이며 대표적인 스타일리스트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1988년 데뷔작 ‘개그맨’에서부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영화는 세 주인공의 놀이 뒤에 가려진 삶의 허무함과 비애를 참신한 방식으로 다룬 작품인데, 이 감독은 인위적인 세트와 몽환적인 미장센, 현실과 가상의 불명확성 등을 감각적으로 잘 표현해 영국의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스의 격찬을 받기도 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이 감독은 이장호 감독의 연출부로 들어오면서 충무로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배창호 감독의 영화 ‘철인들’의 조감독을 시작으로 ‘고래사냥’ ‘황진이’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총 6편의 영화에서 함께했고 영화 ‘꿈’(1990)에서는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하기도 했다. 한편, 배 감독은 이 감독의 데뷔작 ‘개그맨’에서 안성기, 황신혜와 함께 공동으로 주연을 맡으면서 친분을 과시해 보였다.
이 감독은 다수의 작품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형식미가 가미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강하게 보여줬다. ‘개그맨’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첫사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 등은 독보적인 스타일을 보여준 대표작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남녀가 결혼하고 살아가는 일곱 가지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연결했고,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첫사랑’에서는 세트를 무려 12번씩이나 지으면서 자신만의 영화를 완성했다. 놀랄 만한 상상력과 디테일로 중무장한 이 감독에게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는 별명은 과언이 아니다.
환갑을 넘긴 이 감독은 몇 년 전, 한국의 젊은 영화감독들이 단편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방송에 출연해 영화에 대한 식지 않은 애정을 드러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서울환경영화제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해 영화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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